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탈북민이 약 한 달 전 지인의 유튜브 영상에 출연해 탈북 경위를 자세히 털어놨다. 그는 경제적 이유로 탈북을 결심하게 됐다며, 수영으로 도강해 남측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탈북민 김모(24)씨는 지난달 평소 알고 지내던 탈북민 김진아씨의 유튜브 채널 ‘개성아낙’에 여러 차례 출연했다. 한 영상에서 그는 “북에서 장사를 했는데 개성공단이 깨지면서(문을 닫으면서) 잘 안 됐다. 살기가 힘들어 한국을 택하게 됐다”며 “(개성공단 폐쇄 이후) 금을 캐거나 약초를 캐봤지만 모두 잘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양쪽 귀가 잘 안 들린 것도 영향을 미쳐서 힘들고 희망이 안 보였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그러다가 백마산에 올라가 3일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지냈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에 김포 쪽을 바라봤는데 처음 보는 건 아니지만 초저녁에 불빛이 반짝이는 게 너무 궁금해졌다”면서 “죽기 전에 한번 가보기나 하자는 마음으로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귀를 치료하고) 너무 감사했다”며 “고향의 어머니나 형제들에게 알려주고 싶단 서러움에 병원에서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김씨는 다른 영상에서 탈북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2017년 6월 (백마산에서 내려와) 38선을 넘어가자고 마음을 먹었고 고압선과 가시철조망 밑으로 기어 두 차례에 걸쳐 넘어졌다”면서 “지뢰밭이 나왔을 때는 나뭇가지를 꺾어서 발걸음마다 찌르며 나아갔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후 갈대밭에 숨어 3시간 정도를 기어 다녔다고 한다. 낮이었던 터라 발각될 것이 우려돼서였다. 그는 “갈대밭 오물 속에서 스티로폼과 밧줄을 발견했고 구명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구명대를 만들어놓고 밤이 되길 기다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참 수영을 하다 보니 공장으로 보이는 큰 불빛이 보여서 3시간 정도 헤엄을 쳤다. 그런데도 남측 군인들이 날 발견하지 못해서 죽겠구나 포기를 하고 있었다”며 “한참을 가다 보니 무인도인 유도가 보였고 거기를 지나니 군사분계선이 가깝다는 생각에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국 쪽에서 그 소리를 들었는지 불빛을 비추고 차량이 오가는 게 보였다”면서 “어떻게든 나가보자고 생각해 땅에 올라서자 군사분계선 문을 열고 군인과 경찰 8명 정도가 나오더라”고 했다. 그는 “그때 나가자마자 쓰러졌다”며 “(한국 군인이) 이불을 덮어주고 차에 태우곤 어디론가 데려갔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가 열렸다며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군 당국은 이 보도가 나온 지 8시간 만에 월북자 발생을 공식화하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관계 당국은 통신이 언급한 ‘월남 도주자’의 탈북 시기를 2017년으로 압축했으며, 이 시기 탈북민 중 연락이 닿지 않는 김씨를 유력 월북자로 특정해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에서 중학교까지 나온 김씨는 3년 전 한강 하구를 헤엄쳐 탈북한 뒤 김포에 거주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군은 김씨가 탈북 경로를 다시 밟아 월북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다. 특히 김씨는 얼마 전 북한과 접한 김포, 강화도 교동도 인근을 사전 답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동도는 김씨가 탈북 당시 북한에서 헤엄쳐 도착했던 곳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