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 낙마시켰던 ‘청문회 저격수’ 박지원 오늘 검증대 선다

입력 2020-07-27 06:36

‘청문회 저격수’로 활약하며 고위공직자 9명을 낙마시켰던 박지원 전 의원이 27일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인사청문회에 서게 됐다. 미래통합당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박 후보자의 학력 위조와 불법 정치 자금 등을 잇따라 제기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2009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이었던 박 후보자는 당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공격수로 나서 ‘스폰서 의혹’을 제기해 화제를 모았었다. 스폰서 의혹은 천 후보가 사업가와 해외 골프 여행을 함께 하거나 부인이 면세점에서 고가 명품을 구입한 내역 등을 확보해 공개한 사건으로 결국 천 후보자는 하루 만에 자진 사퇴했다.

이후 정보통 저격수로 이름을 날린 박 후보자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를 잇달아 낙마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박근혜 정부에서도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의 인사청문회에서 공격수로 맹활약했다.

그랬던 박 후보자가 이번엔 청문회 당사자로 서면서 표적이 됐다. 앞서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문화관광부 장관에 임명됐지만 당시 인사청문회가 도입되지 않았었다. 박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두고 통합당은 청문자문단과 정보위원회 소속 위원들을 모아 합동회의를 개최하며 검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박 후보자에 대해 ‘적과 내통하는 사람’이라고 비판하며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 밖에도 학력위조 문제와 불법 정치자금 등을 잇따라 제기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박 후보자의 학력 위조 의혹은 단국대 편입 과정에서 불거졌다. 박 후보자가 1965년 단국대 편입 과정에서 조선대 학력을 허위로 제출한 뒤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2000년에 뒤늦게 광주교대 출신으로 고쳐놨다는 게 통합당의 주장이다.

학력 위조 논란에 대해 박 후보자는 “수기와 전산화 과정에서 발생한 오기로 몰랐고, 나중에 잘못 기재를 알게 돼 정정했다”며 “편입 이후 당시 6.3 항쟁에 따른 비상조치 영향으로 대학들이 개강하지 않아 같은 해 4월 육군에 자원 입대했다”고 해명했다.

불법 정치 자금 의혹은 박 후보자가 자신의 후원자에게 빌린 5000만원을 5년간 갚지 않은 것을 말한다. 조용태 통합당 의원은 “단돈 십만 원을 후원받아도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기재해 영수증을 발급해야 한다”며 “몇천만 원 씩 빌려서 마음대로 쓰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빌린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정치자금법은 어떻게 효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통합당은 또 박 후보자의 자료 제출 미비와 증인 출석 거부 등을 지적하며 ‘깜깜이 청문회’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태경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 후보자의 고액 후원자인 한 사업가가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대북송금 사건과 학력 위조 의혹 관련 증인들이 채택되지 못했다”며 “증인 1명도 없는 깜깜이 청문회이자 독재시대의 청문회가 됐다”고 비판하며 연기를 요구했지만 불발됐다. 한편 이날 청문회는 개인 신상과 도덕성 문제를 다루는 오전 청문회만 공개되고, 대북·정보 등 민감한 현안을 다루는 오후 청문회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