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사고는 ‘인재’

입력 2020-07-26 22:53 수정 2020-07-26 23:27
23~24일 부산에 내린 비로 초량 제1 지하차도가 침수했다. 소방본부 제공

부산에서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23일 지하차도에서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시민단체가 이를 ‘인재(人災)라 규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찰은 해당 자치단체 공무원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인 부산경남미래정책은 26일 “호우 경보가 내려졌던 지난 23~24일 4시간30분간 3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한 피해는 부산 자치단체 잘못에 의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부산은 지난 23일 오후 8시부터 24일 오전 0시 30분까지 호우경보가 발효됐다. 강한 비는 이후에도 계속 내려 24일 오전 6시 30분 기준 누적 강수량은 해운대구 212.5mm, 기장군 205.0mm, 동래구 192.0mm 등이었다. 특히 익사 사고가 발생한 시각 부산에는 시간당 최고 80㎜의 폭우가 내렸다.

이 비로 오후 10시 18분쯤 초량 제1 지하차도가 10여 분 만에 침수하면서 차도 안을 지나던 차량을 덮치면서 3명이 숨졌다. 또 오후 9시 40분쯤 지하철 부산역 출구 계단과 환기구로 빗물이 밀려들면서 지하철 부산역사와 선로가 침수해 지하철이 부산역을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지난 10일에 이어 또다시 동천이 범람해 자성대아파트를 비롯해 동구 저지대 주택에 사는 5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동해선 선로가 침수해 부전~남창 간 무궁화호 열차 운행과 신해운대~일광 간 전철 운행이 중지됐다.

부산역 지하도가 침수하고 있다. 부산소방본부 제공

특히 초량 제1 지하차도 침수로 인한 인사 사고는 2014년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에서 폭우(시간당 130mm)로 2명이 숨진 사고의 ‘판박이’로, 사고 재발을 막지 못한 인재라는 지적이다. 호우경보가 발효된 오후 8시 이후 사고가 난 오후 10시 18분까지 2시간 18분간 상습 침수지역인 초량 제1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고, 분당 20t을 배수할 수 있는 펌프 3개도 제 역할을 못 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안전부는 폭우 시 지하차도 침수로 인명피해가 잇따르자 지난해 2월 침수 우려가 있는 지하차도를 위험도에 따라 통제하는 지침을 시행한다는 공문을 일선 지자체에 하달했다. 사고가 난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는 호우경보가 발표되면 지자체가 통제하는 위험 3등급 도로에 해당했다. 따라서 사고 지하차도는 당시 통행을 금지했어야 했지만, 따르지 않았다.

부산경남미래정책은 “우장춘로 지하차도 참사 이후 부산시는 부산 35개 지하차도 대부분의 전기시설을 지상으로 옮기고 배수펌프 용량을 증설했지만, 100m 이상 지하차도가 7곳에 달하고 배수펌프 용량이 모자라는 등 폭우에 취약한 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시와 16개 구·군이 도로와 지하차도의 배수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호우경보 시 위험도가 높은 도로·지하차도를 즉각 차단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