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월북자가 나왔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방역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감염 의심 월북자 보고를 받은 지 하루 만인 25일 노동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당 정치국 차원에서 비상확대회의가 소집된 것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회의 소집 배경과 관련해 “개성시에 치명적이며 파괴적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북·중 국경을 차단하는 등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끊었지만 북한 내 특정 지역이 전면 봉쇄 조치된 적은 없었다. 김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가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회의 영상을 보면 회의에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 군 총참모장, 최부일 당 군사부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등 고위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김 위원장이 정경택 국가보위상과 박태성 당 부위원장, 전광호 내각부총리를 일으켜 세워 질책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주민과 간부, 군부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비상확대회의에서 “전당과 전사회적으로 강한 조직적 규율과 행동과 사고의 일치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비상방역지휘부의 지휘에 하나와 같이 절대 복종하고 움직이는 질서를 유지하며 각급 당 조직들이 자기의 기능과 역할을 완벽하게 발휘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이 내부 결속을 위해 월북자 김씨를 TV에 출연시켜 우리 보건 당국의 코로나19 방역 태세를 비난하는 선전전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 내부에 코로나19가 상당히 퍼졌을 수 있다는 분석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만약 지난 19일 월북한 탈북민 김모씨가 실제로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될 경우 북한 내에서 감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월북 자체는 사실인 것 같지만 그가 코로나19 감염자인지는 알 수 없다”며 “북한 내부에 코로나19가 확산해 있는 상황이어서 거기서 걸렸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