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곳으로 ‘수영귀순·월북’했는데…군 이번에도 몰랐다

입력 2020-07-26 19:00
3년 전 귀순했던 탈북민이 다시 월북했다고 북한이 26일 주장하고, 이를 군 당국이 8시간 만에 사실상 확인하면서 군 당국의 대북 경계태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탈북민인 24세 남성 김모씨가 월북 경로로 택한 곳은 탈북자들의 주요 ‘수영 귀순’ 경로로 알려졌는데, 이 일대의 경계와 감시에 주의를 기울였어야 할 군 당국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면 경계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선 대대적인 문책성 인사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김씨 월북 경로에 대해 “자세한 경로를 조사 중”이라며 “감시장비, 녹화 영상 등 대비태세 전반에 대해서는 합참 전비검열실에서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전비검열실은 경계태세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곳이다. 만약 월북이 실제 이뤄졌을 경우 그 과정 및 해당 지역 경계를 담당하는 군 부대가 경계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게 된다. 군 당국은 북한이 탈북민의 월북을 주장하기 전까지 이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었다. 월북 정황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씨는 2017년 8월 바다를 헤엄쳐 인천 강화군 교동도로 들어왔다. 당시 경계근무 중이던 해병대 초병이 그를 발견한 뒤 수칙에 따라 안전하게 유도했다. 이미 교동도로 귀순한 전력이 있고, 특히 월북 전 경기도 김포와 교동도 일대를 사전 답사한 정황이 있는데도 군 당국이 이에 대한 경계에 실패했다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해상은 지상에 비해 경계가 덜한 것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져 있다. 특히 강화도의 서쪽에 위치한 교동도는 귀순 ‘포인트’다. 2012년에도 탈북민이 이 루트를 이용했고, 2013년에는 40대 북한 주민이 바다를 헤엄쳐 교동도로 건너와 귀순했다. 이 남성은 당시 해안에 도착해 민가 문을 두드려 “북에서 왔다”고 말했다. 1년 사이 두 차례나 서해 군 경계가 뚫리면서 당시 비판이 거셌다.

앞서 2012년 10월에는 북한군 병사 1명이 육군 제22사단 관할 동부전선의 철책과 경계를 넘어 주둔지에 들어온 ‘노크 귀순’ 사건도 있었다. 이 병사는 당시 3중 철조망을 넘었고 귀순 의사를 밝히기 위해 초소로 갔지만 당시 경계병력은 없었다.

지난해 6월엔 북한 선원들이 어선을 타고 강원도 삼척항에 군 당국의 제지 없이 도착해 귀순한 사례가 있었다. 군의 사건 축소·은폐 의혹도 제기되면서 해당 사건에 대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사과했다. 삼척항 어선 귀순 사건으로 당시 박한기 합참의장,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 박기경 해군작전사령관에게 엄중 경고 조치가 이뤄졌다.

월북이 확인될 경우 느슨한 군 경계태세에 대한 비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합참 검열에 따라 해당 부대 및 지휘관에 대한 대대적인 문책 인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한 군 관계자는 “1년여 만에 비슷한 경계 실패 사건이 생긴다면 군 수뇌부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