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월북’ 탈북민 정체는…성폭행 조사받은 개성 출신 24세 김씨

입력 2020-07-26 17:20

북한 매체가 26일 공개한 코로나19 감염 의심 월북자는 개성 출신 탈북민 김모(24)씨로 추정된다. 김씨는 3년 전 한강 하구를 헤엄쳐 건너 인천 강화군 교동도에 다다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당시와 같은 수법으로 월북했다가 개성 인근에서 북한 당국에 체포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최근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등 남한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가 실제로 코로나19 감염자인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군 당국과 경찰, 탈북민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김씨는 1996년 개성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중학교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1살이던 2017년 한강을 헤엄쳐 우리 측 지역으로 넘어와 교동도 인근에서 우리 군에 구조됐다.

그는 하나원 수료 후 김포 지역에 정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월북 직전 김포와 교동도 등지를 사전 답사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에도 헤엄을 쳐 북한 지역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측된다.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중순 자택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탈북민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피해자가 112 신고를 해옴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며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종결하려던 방침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씨가 피해 여성을 협박한 정황도 함께 포착하고 추가 수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민 사회에서는 그가 지인에게서 수천만원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얘기도 돈다.

월북 이후 김씨의 행적은 분명치 않다. 다만 북한 매체 보도를 보면 그가 월북 이후 수일 동안 북한 지역을 자유롭게 활보하며 북한 주민들과 접촉한 정황이 감지된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김씨의 월북 시점은 지난 19일이지만 이 사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고된 건 닷새 만인 24일 오후였다. 최고지도자에게 정보가 집중되는 북한 체제 특성상 북한 당국이 닷새 동안 김씨 월북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은 “1차적으로 그(김씨)를 철저히 격리시키고 지난 5일간 개성시에서 그와 접촉한 모든 대상들과 개성시 경유자들을 해당 부문과의 연계 밑에 철저히 조사·장악하고 검진·격리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성 전역에 코로나19가 번졌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에서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는 부대를 엄중히 처벌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김씨가 실제로 코로나19 감염자일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건강 상태로 2㎞ 넘게 강을 헤엄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의심자가 자가 격리 등 우리 보건 당국의 감시 체계에서 벗어나 북한으로 넘어간 것 역시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우리 정부와 탈북민에게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