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는 26일 “외국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계속해서 증가하면 우리 의료체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는 외국인 환자의 치료비를 본인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원칙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전날에는 지난 4월1일 이후 처음으로 1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며 “이중 해외유입 사례가 80여 명이고 대다수는 이라크에서 귀국한 우리 근로자와 러시아 선박에 대한 검역과정에서 확인된 사례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25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총 115명으로 이중 86명이 해외유입 사례였다. 이라크 귀국 근로자 중에서는 36명, 러시아 선원 가운데는 32명이 포함됐다.
정 총리는 “지난 6월 러시아 선박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에 또 다른 러시아 선박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며 “특히 해당 선박에서 수리작업을 했던 국내 근로자들 중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서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역당국과 해수부 등 관계부처에서는 항만방역 시스템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 조금이라도 전파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정 총리는 이어 “앞으로는 해외유입 외국인 환자에 대해 입원치료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되 외교관계를 고려해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하겠다”며 보건복지부에 관련 법 개정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부산항에 입항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러시아 선원이 계속 증가하면서 치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부산의료원에 따르면 이번달 의료원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퇴원한 러시아 선원 20명에 대한 평균 치료비는 개인당 800만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부산에서 치료를 받는 러시아 선원은 부산의료원에 54명, 부산대병원에 4명으로 총 58명이다. 1인당 치료비가 80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앞서 퇴원한 20명과 현재 입원한 58명을 더한 78명의 치료비는 모두 6억2400만원에 달한다.
현재 감염병예방관리법에는 ‘외국인 감염병환자에 대한 치료 경비는 국가가 부담한다(제67조9)’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입국한 외국인 확진자 모두에게 진단검사, 치료비 일체를 우리 정부가 부담해왔다. 부산항 입항 러시아 선원을 포함해 현재까지 국내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외국인은 7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염병 외국인 확진자에게 치료비를 국가가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강 의원은 “한국에 가면 공짜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도는 등 외국인에 대한 치료비 전액 지원이 오히려 외국인 확진자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