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검·언 유착’ 의혹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참석한 심의위원 중 1명은 유착의 당사자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을 향해 “이번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겠느냐”고 물었다. 한 검사장은 “권력이 반대하는 수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광풍의 2020년 7월을 나중에 되돌아볼 때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중 한 곳 만은 상식과 정의의 편에 서 있었다는 선명한 기록을 남겨 달라”며 “그렇게 되면 감옥에 가더라도 담담하게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문답 이후 심의위 15명 중 10명은 피의자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을, 11명은 불기소 처분을 권고했다. 질의응답은 당사자마다 각각 15분가량에 불과했지만 심의 전체에는 7시간가량이 소요됐다. 압도적인 결론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심의위원들이 검사장과 기자가 공모했다고 인식하게 할 만한 새로운 증거는 제시되지 못한 셈”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심의위원들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검·언 유착의 주요 정황으로 보는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2월 13일 부산고검 만남에 대해서는 공개된 녹취 내용을 이미 숙지한 상태였다.
심의위원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이 전 기자 측을 향해서는 “왜 휴대폰을 없앴느냐” “부산고검에서 한 검사장을 만날 때 발언을 유도한 것 아니냐” “MBC의 ‘몰래카메라’가 대동된 상황은 몰랐느냐”는 등의 질문을 했다고 한다. 심의위는 이 전 기자 기소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전 기자 측은 심의위 직후 아쉬워하면서도 “아무래도 편지에서 강한 어조의 표현들이 문제였던 것 같다”고 했다.
애초 법조계의 관심은 법원이 이미 구속영장을 발부한 이 전 기자보다 한 검사장의 공모관계 판단이 어떻게 내려질 것인가에 맞춰져 있었다. 심의위가 현 단계에서는 검·언 유착의 존재를 회의적으로 판단하자 검찰 안팎의 반응은 대조적으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비협조로 휴대전화 포렌식도 못했다며 시민사회의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언론사 압수수색, 기자 구속까지 한 수사팀이 현 시점에는 ‘검·언 유착’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제시해야 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추 장관의 입장이 궁금하다”는 말도 나왔다. 이번 수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독립성을 보장하라”는 전폭적 지지를 보낸 수사이기도 했다. 추 장관은 국회 발언과 소셜미디어(SNS) 게시글을 통해 검·언 유착이 실제 존재했음을 기정사실화했었다. 검찰 수사팀을 과거 외압을 받던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팀에 비견하고 검찰총장이 지휘하지 말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이번 의혹을 중대하게 보는 검찰 수사팀은 실체적 진실에 근접해 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수사와 관심의 크기에 비해 검·언 유착 의혹 자체가 불명확하며, 사회적으로 피로감이 커진다는 지적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강요미수 사건에 10명의 검사가 투입될 때, 다른 사건에는 몇 명이 애쓰고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지난번 심의위가 다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은 복잡한 사건이 아니었다”며 “검찰은 심의위 결론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