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수원 FC, 화끈한 공격력 앞세워 K리그 1·2 초토화

입력 2020-07-26 16:43
울산 현대 주니오가 지난 25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 K리그1과 K리그2에서 울산 현대와 수원 FC가 각각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울산은 ‘2강 체제’를 유지해오던 2위 전북 현대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고, 수원 FC는 ‘춘추전국시대’라던 2부리그에서 기업구단들을 모두 제치고 선두를 공고히하는 모양새다. 두 팀 상승세의 원동력은 ‘킬러’ 주니오(울산)와 안병준(수원 FC)을 앞세운 극강 화력이다.

울산은 25일 열린 상주 상무와의 시즌 13라운드 경기에서 5대 1 대승을 거뒀다. 10라운드에서 전북을 1대 0으로, 12라운드에서 대구 FC를 2대 0으로 잡은 상주를 상대로 한 수 위의 경기력을 보여준 것. 이날 승리로 울산은 쾌조의 4연승 째를 달렸다. 수원 FC도 같은 날 FC 안양을 2대 0으로 주저앉히며 최근 6경기 5승 1무의 호성적을 이어갔다.

두 팀은 골 기록부터 예사롭지 않다. 울산은 13경기 32득점으로 경기당 2.46점을 몰아넣고 있다. 득점 2위 포항 스틸러스(2.08득점)보다 2경기에 약 1골은 더 넣고 있을 정도. 수비 부문에서도 최소 실점 2위(9실점)로 1위 전북(8실점)에 단 1골 차다. 득실차(+23골)에서 2위 전북(+10골)을 2배 이상 앞서고 있을 정도로 공·수 균형이 완벽하다. 수원 FC의 ‘닥공’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12경기 27득점(경기당 2.25골)을 넣고 11실점(경기당 0.92골)만 허용했다. 득실차 +16으로 2위권의 3배 이상 좋은 골득실을 유지 중이다.

상승세를 이끄는 건 확실한 ‘킬러’들의 최전방 활약이다. 울산의 ‘골무원’ 주니오는 시즌 17골(2도움)로 득점 2위 일류첸코(9골)보다 거의 2배의 득점을 올리고 있다. 34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적까지 추진됐을 정도였지만 이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활약을 이어가며 복덩이가 되고 있다. 수원엔 ‘인민 날두’ 안병준이 있다. 북한 국적의 재일교포인 안병준(30)은 정확한 위치선정과 침투로 거의 매 경기 골을 넣으며(12골) 득점 2위 안드레(대전 하나시티즌)보다 4골 앞서 있다.

수원 FC의 안병준이 25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C 안양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이끈 뒤 자신감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줄어든 경기 수는 우승에 도전하는 두 팀의 손을 들어주는 요소다. 각각 38경기·36경기 체제였던 K리그1·2는 올 시즌 27경기만 치른다. 울산은 국가대표급 스쿼드를 지녔지만 후보까지 포함하면 전북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이 많았다. 주전 선수들의 많은 나이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까지 수많은 경기를 소화하기엔 다소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걱정이 덜어졌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올 시즌은 타이트하게 경기들이 이어지지 않아 울산의 로테이션이 잘 돌아가고 있다”며 “울산이 경기 내내 상대 팀을 지배할 수 있는 하나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제주 유나이티드·대전 등 기업 구단들에 비해 스쿼드의 양과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수원 FC에게도 마찬가지다. 수원 FC는 새로 부임한 김호곤 단장과 김도균 감독을 필두로 올 시즌 전 짜임새 있게 팀을 만든 데다 여름 이적시장에선 전북의 최전방 공격수 라스 벨트비크를 비롯해 6명을 보강한 상태다. 김 해설위원은 “경기수가 줄어들어 초반 승점이 더 중요해 수원 FC가 앞으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은 전북의 추격을, 수원 FC는 기업구단들의 추격을 이겨내야 올 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다. 전북은 이적시장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신 측면 자원 모두 바로우와 브라질 1부리그 출신 장신 공격수 구스타보를 보강했다. 대전도 다재다능한 미드필더 에디뉴를 영입하며 안드레-바이오와 함께 브라질산 삼각편대를 완성했다. 두 팀이 전북·대전 등 경쟁팀들의 도전을 뿌리치고 K리그1·2 선두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절반쯤 남은 향후 리그 일정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