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문 따고 ‘접수’…청두 미 총영사관 간판 내려

입력 2020-07-26 16:33 수정 2020-07-26 18:46
미국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의 뒷문으로 들어가는 미국 관리들.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스파이 활동 중심지”로 지목한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이 철수 작업을 완료했다. 미국은 중국의 요구에 따라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서 철수하기 위해 간판을 내린 뒤 짐을 싸고 있다.

중국 총영사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이 요구한 퇴거 시한에 맞춰 직원들을 철수시키고 영사관을 폐쇄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중국 총영사관에서는 퇴거 시한인 오후 4시쯤 외교 번호판이 달린 차량 두 대를 포함해 세대의 흰색 차량이 직원들을 태운 채 빠져나왔다.

이후 대부분 마스크를 쓴 미 국무부 소속 관리들이 영사관 건물에 도착해 출입문을 열려했으나 잠겨 있자 오후 4시40분쯤 뒷문을 강제로 열고 진입했다. 휴스턴 경찰은 퇴거 시한을 앞두고 영사관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쳤고, 인근 거리를 폐쇄했다.

미국은 지난 21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스파이 활동과 지식 재산권 절도의 중심지”로 지목하고, 72시간 이내 폐쇄를 요구했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 측의 영사관 진입에 대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은 외교 영사관사이자 중국의 국가 재산”이라며 “영사관계에 관한 빈 협약과 중미 영사협약에 따라 미국은 어떤 식이든 휴스턴 총영사관 관사를 침범해서는 안 된다”고 25일 웹사이트를 통해 밝혔다.

외교부는 이어 “중국은 미국의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진입에 대해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시하며 이미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며 “중국은 정당하고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미 중국 대사관은 “미국 남부 각 주와 중국 사이의 교류와 협력 수요를 고려해 주미 중국대사관이 휴스턴 총영사관의 업무를 잠시 대행한다”며 “우리는 예전과 같이 휴스턴 총영사관 관할 지역의 각계 인사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조속히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휘장을 떼는 인부들.로이터연합뉴스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은 중국의 폐쇄 요구에 따라 27일 오전까지 철수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청두 미 영사관에서는 25일 작업자가 크레인에 올라 미국 휘장을 제거했고, 오후에는 이삿짐 트럭 3대가 영사관 안에 진입했다.

오전에는 청소부들이 건물 안에서 10여개의 대형 쓰레기 봉지를 나르는 모습도 보였고, 영사관 직원이 개인 물품을 챙겨 나오는 모습도 목격됐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청두 주재 미국총영사관의 설치·운영 허가를 철회하고 모든 업무와 활동을 중단할 것을 미국 대사관에 통보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왕원빈 대변인은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직원들이 신분에 맞지 않은 활동을 하면서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쳤다”고 지적했다.

왕 대변인은 청두 영사관 폐쇄 시한을 밝히지 않았으나 “외교는 대등 원칙”이라고 말해 미국처럼 72시간의 시한을 제시했음을 시사했다.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청두 영사관 폐쇄 기한은 통보 72시간 뒤인 27일 오전 10시라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