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위기 속 ‘기쁨의 비명’ 지르는 美 제약업계

입력 2020-07-26 16:31 수정 2020-07-26 16:34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침체 속에서도 기쁨의 비명을 지르는 이들이 있다. 미국 제약업계가 바로 그들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막대한 자본이 몰려들면서 미 제약업계가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3월 이후 미국 11개 제약업체 경영진과 대주주 등 회사 내부자들이 보유주식을 매각해 최소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을 벌어들였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제약회사의 내부자들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몰려드는 자본 투자 덕에 천문학적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제약회사 모더나의 경우 1월 이후 주가가 3배 이상 급등해 기업가치가 300억 달러(약 36조원)로 불어났다. 모더나 내부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2억4800만 달러(약 30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각해 현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수가 15명에 불과한 제약회사 백사트는 백신 관련 성과 없이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백사트를 코로나19 백신 개발 계획 ‘초고속 작전’의 파트너 후보 중 하나로 선정하면서 주가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1주에 35센트(약 420원)에 불과했던 벡사트의 주가는 14달러(약 1만7000원)까지 올랐다. 1월 이후 주가 상승률은 3600%에 달했다.

미국 정부가 벡사트를 백신 개발 파트너로 검토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실제 자금 지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벡사트 최대 주주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벡사트 지분의 3분의 2를 소유하고 있었던 뉴욕의 헤지펀드 ‘아미스티스 캐피털’은 주가 폭등 조짐이 보이자 벡사트 주식 2100만주를 주식워런트 방식을 통해 최저 30센트에서 최대 1달러10센트 가격에 취득했다. 주식워런트 방식으로 주식을 보유하게 된 투자자는 자신이 지정한 시기에 원하는 가격으로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다.

아미스티스 캐피탈은 취득 주식 2100만주를 6달러58센트(약 7900원)에서 12달러89센트(약 1만5500원) 사이 가격에 매각했다. 이렇게 챙긴 수익만 1억9700만 달러(약 237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자신들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었던 벡사트 주식도 전량 매각했다.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사이 최대 주주는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회사를 떠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주식거래로 폭리를 취한 제약업계 내부자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NYT는 미국 보건부가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주식시장에서 큰 돈을 벌어들인 제약회사 중 미심쩍은 회사에 대한 우려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