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몰릴때 우린 팔아요’…美 제약업계 1조원대 ‘돈잔치’

입력 2020-07-26 16:12 수정 2020-07-26 16:4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한 소식이 들릴 때마다 자본투자가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미국 제약업계 경영진과 대주주가 주식을 팔아 1조원대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 성과가 없는 제약사도 주가 폭등으로 내부자들만 이득을 봤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3월 이후 미국 11개 제약업체 경영진과 대주주 등 내부자들은 보유주식 매각으로 최소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벌어들였다.

지난달 중순 임상 1상에서 전원 항체반응을 보여 이슈가 된 모더나가 대표적이다. 모더나는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데, 지난 1월 이후 주가가 3배 이상 뛰면서 기업가치가 300억 달러(약 36조원)로 불어났다.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의 매사추세츠 본사. 로이터 연합뉴스

그사이 업체 관계자들은 2억4800만 달러(약 3000억원) 상당의 보유주식을 매각해 현금을 두둑히 챙겼다. 모더나의 임상 3상은 이달 초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프로토콜 변경을 이유로 한차례 연기돼 27일 시작될 예정이다.

백신 개발 성과가 없는데도 내부자가 이득을 본 제약회사도 있다. 직원 수 15명에 불과한 제약회사 ‘백사트’(Vaxart)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백신 개발 초고속 작전의 후보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는 뉴스로 주가가 급등했다. 1주당 35센트(420원)에 불과한 ‘동전주’(penny stock)에서 14달러(1만7000원)로 수직 상승했다. 주가 상승률이 3600%에 달했다.

백사트 지분 가운데 3분의 2를 소유했던 뉴욕의 헤지펀드 ‘아미스티스 캐피털’은 이런 폭등세를 최대한으로 이용했다. 이들은 주식 워런트(매매 시점과 가격을 정한 후 정해진 방법에 따라 주식을 사고 파는 권리가 주어지는 증권)를 이용해 백사트 주식 2100만주를 최저 30센트(약 360원)에서 1달러10센트(약 1300원) 사이 가격대에서 취득한 뒤 6달러58센트(약 7900원)에서 12달러89센트(약1만5500원) 사이에 매각했다. 이렇게 챙긴 차익만 1억9700만 달러(2372억원)에 달한다. 아미스티스 캐피털은 기존에 보유했던 주식도 전량 매각했다.


백신 개발 기대감으로 개미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사이 정작 최대주주는 지분을 정리하고 손을 턴 것이다. 백사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 개발 후보로만 검토됐을 뿐 한 푼의 자금 지원도 받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제약업계의 내부자 거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NYT는 미국 보건부가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주식시장에서 큰돈을 벌어들인 일부 제약회사 중 미심쩍은 회사들과 관련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우려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