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하자”…드리우는 ‘노딜’ 그림자

입력 2020-07-26 16:07 수정 2020-07-26 16:08

HDC현대산업개발이 금호산업에 “거래종결을 위한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재실사를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HDC현산의 매각 조건 관련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최근 인수합병(M&A) 계약이 무산된 제주항공·이스타항공처럼 ‘노딜(no deal)’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HDC현산은 26일 “다음 달 중순부터 12주 정도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 재실사를 나설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24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재실사가 필요한 이유와 항목을 요목조목 짚었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정확한 재무 상태를 확인해야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충족됐는지 알 수 있다”며 “현재 아시나아항공의 부채가 지난해 반기 기준보다 4조5000억원이 증가한 점, 부실 계열사에 대규모로 지원한 점 등을 살펴보겠다”고 했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면서도 “아시아나항공이 일방적으로 거래종결일을 지정한 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은 ‘한 달 내 거래 종결을 위해 나서지 않으면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밖에 없다’고 현산 측에 전달한 바 있다.

HDC현산은 공문을 통해 지난달 ‘계약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냈던 보도자료의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 됐다. 당시 현산은 “코로나 19로 인수가치가 훼손돼 원점에서 인수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었는데 이를 재실사로 구체화한 것이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내부적으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업계에선 노딜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본다. HDC현산은 이번 자료에서 “지금까지 인수상황을 재점검하자고 십여 차례 요구했으나 아시아나항공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인수 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책임을 미루는 모습 보였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지난달 HDC현산의 발표 이후 정몽규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만났지만 입장 차만 확인하고 진전 없이 교착 상태에 머물러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재실사를 하겠다’는 건 재실사 결과를 근거로 파격적으로 가격을 깎거나 노딜을 선언하려는 의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이 노딜 선언 전 계약 파기의 명분을 챙기고자 이스타항공에 “10영업일 이내로 미지급금을 해결하라”고 통보한 것과 같은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계약이 무산되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플랜B’를 가동할 전망이다. 계열사(에어서울·에어부산)를 분리 매각하고자 제3의 인수자를 찾는 방안이 거론된다. 최악의 경우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빌려준 자본을 출자 전환한 후 대주주로서 항공사를 떠안을 가능성도 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