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오는 28일 서울 등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한다. 서울 시내 유휴부지 및 국책연구기관 부지를 주택 공급지로 개발하고, 용적률 상향 조정을 통해 기존 개발 구역 공급량 확대하는 내용 등이 주택 공급 방안의 큰 줄기가 될 예정이다. 서울 노후 아파트 재개발도 원칙적으로 허용한다는 방향성,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주택 공급 계획지의 용적률도 확대해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전체 주택 공급량을 크게 늘리는 방안도 담길 전망이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8일 당정 협의를 개최해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최종 논의할 예정이다. 협의 결과에 따라 이르면 28일 정부는 곧바로 주택 공급 방안을 확정해 국민에게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공급 대책을 발표한다는 방침에 따라 관계부처, 지방자치단체 등과 막판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유휴부지 발굴, 용적률 상향 조정 등 활용 가능한 모든 공급 방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 놓고 협의를 진행중이다. 정부는 지난 24일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녹실회의를 열고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과 각 지자체가 내놓을 수 있는 주택 공급 방안을 ‘싹쓸이’한 뒤 실현 가능성을 검토했다. 서울 뿐 아니라 경기도와 인천까지 공급지를 확대하는 방안까지 내놓기 위해서다.
주택 공급 방안의 큰 줄기는 서울 내 유휴부지, 국책연구기관 부지 등 국공립 시설을 개발해 수천가구를 공급하는 것이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에 따른 대체 방안이다. 서울 서초구 옛 한국교육개발원 부지, 통일연구원 부지, 국립외교원(외교안보연구원) 부지, 서울연구원 부지, 서울시 인재개발원 부지, 국립전파연구원 부지, 홍릉 연구단지 내 KDI 부지 등이 주요 후보지다. 잠실·탄천 유수지 행복주택 시범지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도 유력 후보 중 하나다. SETEC는 인근 5만㎡ 규모의 동부도로사업소 부지가 택지로 개발될 예정이라서 연계 개발할 경우 7000가구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시내 유일한 군 골프장인 태릉골프장(약 83만㎡)도 대규모 주택 공급 후보지 주목받고 있다. 태릉골프장 인근 육사아파트의 경우 2종 일반거주지역으로 용적률 200%, 건폐율 20%를 적용한바 있다. 이와 같이 태릉골프장에 아파트를 지으면 약 1만 가구 이상의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
서울시의 전체적인 용적률을 상향하는 방식으로 공급량을 늘리는 방안도 유력하다. 용적률은 전체 대지면적에서 건물 각층의 면적을 합한 연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예를 들어 1000㎡의 부지에 용적률이 200%라면 2000㎡의 연면적을 활용할 수 있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층수가 높아지면서 공급 물량을 늘릴 수 있다.
용적률 상향 조정의 ‘제1 타깃’은 용산정비창이다. 정부가 개발 계획을 밝힌 용산정비창을 중심사업지역으로 지정한 뒤 용적률을 최대치인 1500%로 끌어올릴 경우 기존 정부가 계획했단 주택 공급 물량(8000가구)보다 많은 1만 가구 이상의 주택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3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도시 전체 용적률을 높이는 데 지자체와 합의하면 더 많은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고 용적률 상향 조정을 가능성을 시사한바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원칙적으로 완화한다는 방향성을 밝힐 수도 있다. 또 서울 재건축 사업장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참여하는 공공재건축 확대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공공재건축 참여 사업장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고 용적률를 상향해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공공임대 물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공급 대책에서는 공공재건축 사업 대상에 재개발만 포함되고 재건축은 제외됐었다.
일부에선 정부가 빠른 시일 내로 실제 공급 물량으로 시장에 풀릴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시장 과열에 군불만 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 내 주택 공급 방안을 정부가 발표한다는 것은 오히려 서울 내 주택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치 있다고 정부가 인증한 셈이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부의 공급대책이 오히려 수도권 집값 상승의 신호탄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정부가 짧은 기간 내로 22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시장을 안정화시키지 못했다. 정부가 나서서 주택을 공급한다는 신호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막연한 방침, 구체성이 떨어지는 계획만 내놓으면 시장 혼란이 가중돼 시장 불안정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