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與의 검찰수사심의위 비난은 자가당착”

입력 2020-07-26 14:04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최인아 책방에서 열린 경제사회연구원 세미나에서 '한국사회를 말한다 : 이념·세대·문화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6일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 불기소를 권고한 것에 대해 여권이 강력 반발하자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민주당에서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제동을 걸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여당에서는 이제와서 자기들이 도입한 그 제도를 수술하겠다고 벼른다. 이 사건 역시 요즘 민주당이 보여주는 행태의 전형을 보여준다”며 “자기들이 잘못한 것으로 드러나면 인정하는 대신에 아예 잘못의 기준을 바꾸려 한다. 자기들은 결코 잘못을 할 수 없으니 잘못된 것은 자기들이 아니라 기준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이번 수사심의위는 한동훈 검사나 이동재 기자의 요청으로 열린 게 아니다. 감옥에 있는 이철의 요구로 열린 것”이라며 “자기들이 만든 제도를 자기들이 이용해 놓고서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다시 룰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수사심의위를 늘 자기들이 이기는 결과를 내놓은 야바위판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전 교수는 “이분들, 자꾸 잣대를 바꾼다. 1446년 10월26일 세종대왕께서 도량형을 통일했는데 21세기 대한민국 집권여당에는 아직 도량형의 통일도 안 되어 있다”며 “들이대는 잣대가 매번 다르다. 자로 길이를 재는 게 아니라 길이로 자를 잰다”고 꼬집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선 수사심의위 수술을 주장한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을 향해 “수술을 받아야 할 건 당신 뇌야”라고 비판했다.

앞서 여권 인사들은 대검 수사심의위의 한 검사장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본래 수사심의위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남용을 통제하는 장치로 기능해야 하지만 지금은 검찰이 부담되는 사건을 검찰 입맛대로 처리하거나 봐주기를 위한 면피용 기구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검찰개혁의 방패막이로 쓰이던 수사심의위도 이제는 근본적인 개혁으로 이어져야 할 듯”이라며 “미국 대배심처럼 하든 수술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