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코로나19 첫 비상사태 선포…그런데 탈북민 탓?

입력 2020-07-26 13:59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차단을 명분으로 개성 지역을 전면 봉쇄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탈북민이 최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데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의심자가 우리 방역망을 뚫고 MDL을 넘어갔을 가능성은 희박해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우리 정부와 탈북민에게 돌리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25일 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했다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2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오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북한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직후 개성을 전면 봉쇄하고 구역별, 지역별로 격리토록 지시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개성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했다.

북한 당국은 이번 조치가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이는 탈북민이 지난 19일 MDL을 넘어 월북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개성시에서 악성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지난 7월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며 “불법 귀향자의 상기도 분비물과 혈액에 대해 여러 차례 검사를 진행, 악성 바이러스 감염자로 의심할 수 있는 석연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해당 월북자를 격리하고 최근 5일 동안 그와 접촉한 사람과 개성 지역을 들렀던 사람 등을 철저히 조사하고 검진, 격리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월북자가 3년 전 탈북했을 당시 전방 부대의 허술한 근무실태를 지적하는 한편, 사건 발생에 책임이 있는 부대를 집중 조사해 엄중한 처벌을 내리기로 했다.

다만 북한 측 주장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감염 의심자가 자가 격리 등 우리 보건 당국의 감시 체계에서 벗어나 북한으로 넘어간 것부터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우리 정부와 탈북민에게 돌려 내북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북한이 월북자를 TV에 출연시켜 우리 보건 당국의 코로나19 방역 태세를 비난하는 선전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주민과 군부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비상확대회의에서 “전당과 전사회적으로 강한 조직적 규율과 행동과 사고의 일치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비상방역지휘부의 지휘에 하나와 같이 절대복종하고 움직이는 질서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우리 정부는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군 당국 등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북한 측 주장에 대한 진상 파악에 나섰다. 정부 당국자는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만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