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에서 본회의 상정 무산으로 자동 폐기됐던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이 27일 21대 국회에서 재발의된다. 70년전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무고한 양민이 대거 학살된 사건에 대해 대통령까지 나서 사과했지만 피해자와 유족의 실질적인 배·보상 문제에 있어선 선을 그어온 정부와 국회가 이번엔 어떤 입장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제주시 을)은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 4·3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상 규정 등을 일부 수정한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을 27일 국회에 대표 발의한다.
발의 안을 보면 기존 총 41개 조문에서 보상 규정을 구체화했다. 20대 국회 제출안에는 피해자들에 대해 보상을 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만 뒀으나 이번 개정 안에는 보상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한국 전쟁 전후 민간인 피해에 대해 사법부가 판결한 국가 배상 기준을 평균해 사망자와 행방불명자에는 100%, 후유장애인에는 80% 지급하는 방안을 담았다.
후유장애인의 경우 기존 조문은 장애등급별 차등 지급을 규정했으나 이미 노동 능력이 떨어진 고령의 후유장애인에게 보상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여론을 반영했다.
군사재판 무효화 조항에 그와 관련한 범죄기록까지 삭제하는 규정을 첨가했다. 4·3사건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시 적용하는 형량은 기존 발의안보다 소폭 낮췄다.
관심을 모았던 여야 공동발의는 미래통합당의 부정적 입장으로 어렵게 됐다. 개정 안에는 21대 국회의원 131명이 뜻을 함께 했다.
그동안 정부는 2003년 제주를 방문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 원수로서는 처음으로 4·3 당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해 공식 사과했지만,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국가 배상을 골자로 하는 4·3특별법 개정안 통과에는 난색을 표해왔다.
지난 5월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특별법 전부개정안이 담고 있는 배상의 규모가 크다는 기획재정부의 입장과 야당의 반대로 소위원회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4·3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제주와 유사한 국가 공권력 남용 사례에 대한 국가 배상 요구가 잇따를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4·3특별법은 1999년 새정치국민회의 추미애 의원이 4·3특별법을 공동발의해 그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 후 20년간 4·3의 명예회복과 진상조사에 큰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동시에 피해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2017년 12월 군사재판 일괄 무효화, 피해 배·보상,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 등을 담은 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다.
오영훈 의원은 “이번 재발의안에는 그동안 간담회와 토론회를 통해 청취한 유족들의 의견을 반영했다”며 “쟁점사안에 대해 여당과 야당, 정부가 치열한 논의를 거쳐 21대에는 반드시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