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관광 문화가가 코로나19로 인해 확대되면서 대자연속에서 힐링할 수 있는 남이섬이 여름 휴가지로 각광받고 있다.
남이섬은 서울에서 한강을 따라 동쪽으로 63㎞의 거리로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관광지다. 북한강에 가랑잎 모양으로 떠있는 남이섬은 둘레 5㎞, 실제 나 있는 길을 따라 걸으면 총 4㎞로 1시간 30분 남짓이면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남이섬 곳곳에는 심어진 4만 그루의 나무들은 메타세쿼이아길, 자작나무길, 중앙잣나무길, 은행나무길, 벚나무길 등 길을 이뤄내며 마치 동맥처럼 하나로 연결돼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다.
남이섬은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데 배를 타고 내린 남이섬 초입에서는 2016년 중국 광동성(廣東省) 해릉도(海陵岛)와 남이섬이 관광협약을 맺으며 설치한 해릉강을 만날 수 있다.
북한강물이 고스란히 해릉강으로 들어와 있어 발을 담그면 오싹할 정도로 시원함이 전해진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아치형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으면 남이섬의 청명함이 그대로 담긴다. 폭포수 상류처럼 흘러가는 해릉강 옆 정자에 누워있으면 여느 명산계곡도 부럽지 않다. 최근에는 해릉강 옆 나무그늘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가족들이 많아졌다.
호텔정관루 부근에 위치한 ‘엘리시안 폭포정원’은 50여년 전 설치돼 섬 내 용수를 공급해 왔던 물탱크를 재활용하여 새생명을 얻은 곳이다. 폭포이름은 북한강에서 동반성장 하자며 2016년 상생협약을 맺은 ‘엘리시안 강촌’에서 유래했다.
폭포 근처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많아 흩날리는 물방울들이 싱그럽게 퍼져 언제나 땅이 촉촉이 젖어있다. 앞으로는 폭포물이 흐르고 주변으로는 북한강물이 둘러싸고 있어 강바람이 유난히 시원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남이섬은 단 한 방울의 오수도 강으로 흘러보내지 않는 ‘무방류 시스템’을 운용중이다. 오수가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을 최소화하는 게 최우선 운영정책이지만, 식당이나 숙박시설, 화장실 등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오수는 정화처리장에서 1급수로 처리된다.
이렇게 정화된 물은 섬 내 작은 논으로 보내져 쌀과 보리, 콩, 옥수수가 자라게 하면서 또 섬 내의 크고 작은 연못을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증발된다. 남이섬 호텔정관루 뒤편에 위치한 연못 ‘유영지(柳影池)’와 섬 중앙에서 싱그러운 연꽃을 자랑하는 환경연못 ‘연련지(戀蓮池)’는 무방류 시스템 속에서 언제나 맑고 투명하다.
한국 최초로 유니세프가 지정한 어린이 친화공원인 남이섬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많다. 특히 숲 속 한가운데 자리 잡은 호텔정관루 야외수영장 ‘워터가든’은 아이들에게 안성맞춤인 물놀이 장소다.
올해는 수영장 형태가 아닌 무인·무료·자율 이용시설로서 ‘숲 속 물놀이터 워터가든’으로 재단장했다. 다음 달 23일까지 이용 가능하며, 물놀이터·탈의실·샤워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단, 물놀이에 필요한 물품(물놀이용 신발, 여분 옷, 타올 등)은 개인적으로 지참해야 한다.
자연숲이 무성한 남단에서 만나는 ‘헛다리길’은 꾸준히 사랑받는 포토스팟이다. 통나무를 엮어 만든 길로, 섬 최남단 창경원에서 이어진다. 나무 틈 사이로 북한강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잔잔하게 들리며, 강물 위를 한적하게 떠다니는 오리배가 운치를 더한다. 섬에서 가장 고요한 곳이기도 한 헛다리길은 헛헛한 마음을 달래고, 함께 걷는 이들에게 마음의 다리를 놓아주는 곳이기도 하다.
강물과 닿을 듯 말 듯한 동쪽길 한켠의 ‘논습지’는 보리를 수확한 자리에 모내기를 마쳤지만, 논 한 귀퉁이에는 베지 않고 남겨둔 보리가 누렇게 익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새들을 위해 일부러 남겨놓은 모양이다. 논습지라고 이름 붙여놓은 것만 보아도 자연과 더불어 생명의 가치를 지켜가는 남이섬만의 특별한 논임을 알 수 있다.
남이섬 관계자는 “남이섬의 8할은 나무와 물이다. 그 나무들 사이로 한없이 뻗어있는 길. 섬의 외곽길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의 물소리, 코 끝에 싱그러이 와닿는 풀내음. 숲속을 걷다 보면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 된다”며 “여름은 남이섬의 자연이 가장 돋보이는 계절이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어도 맘 편히 떠날 수 없는 여름, 남이섬 숲 속에서는 자연의 단순하고 명쾌한 진리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평=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