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자리서 심의위 결론 접한 尹, 아무런 말이 없었다

입력 2020-07-26 11:27
윤석열 검찰총장. 김지훈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24일 저녁 식사 자리에서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놓고 벌어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결론을 접했다. 식사 자리에 동석한 지인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는 권고가 이뤄졌다는 언론 기사를 휴대전화로 확인, 윤 총장에게 보여준 것이었다. 윤 총장은 기사를 읽고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한다. 안도하는 기색도 궁금해하는 기색도 없었다고 한다.

심의위가 검찰의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평가한 시점은 윤 총장의 취임 1년 전야이기도 했다. 윤 총장은 현 여권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지난해 7월 25일 검찰총장으로 취임했었다. 이후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수사,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 등을 진두지휘해 여권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는 “의혹 제기의 배경까지도 형평성 있게 수사하라”는 입장을 보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해당 사건 지휘권을 박탈당했다.

윤 총장은 최근 주변 참모들에게 “떡도 준비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찰청 간부들은 그간 총장의 취임 1년이 되면 간단한 떡이나 케이크 등을 준비했었다. 총장들이 월례간부회의 등을 통해 검찰 안팎에 검찰 구성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 일도 있었다. 아무런 행사를 준비하지 말라는 윤 총장의 당부를 대검에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한 관계자는 “원래 형식적인 것에 의미를 두는 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에서는 “임기 반환점에 제시된 심의위의 결론이 시사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추 장관이 검·언 유착이 실재했다고 전제하고 윤 총장을 향해 이례적인 지휘권까지 발동했지만, 시민사회는 이 전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취임 1년도 되기 전에 숱하게 사퇴 압박을 받고, 법무부 장관에게서 ‘손을 떼라’는 지휘까지 받는 총장이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윤 총장도 취임 1년을 맞아 시민사회가 던져준 결론에 여러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