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도심 속 노른자위’로 평가되는 전남방직(전방)·일신방직 부지 개발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발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해당 부지가 부동산개발업체에 전격 매각됐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26일 “임동 전방·일신방직 부지에 대한 매매계약이 23일 체결됐다”고 밝혔다. 전방 부지 16만1983㎡ 3660억1400만원, 인접한 일신방식 부지 14만2148㎡ 3189억8600만원 등 해당 부지가 6850억원의 거액에 팔렸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부동산 경기침체 속에서 7000억원에 가까운 대규모 부동산 거래가 모처럼 성사된 것이다.
전방·일신방직은 경영 효율화를 꾀하기 위해 3.3㎡당 740만원선에서 10% 계약금을 제외한 잔금을 받기로 한 내년 6월30일까지 해당 부지를 부동산개발업체 넘기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업체는 지난해 공장 부지를 공업용지에서 상업 또는 주거용지로 용도변경해 주상복합시설, 호텔, 쇼핑시설, 업무시설 등을 조성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제안서에는 공장 부지에 주상복합시설 등을 건립하는 조건으로 땅값 상승액 40%를 시에 기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임동 주민들이 지난 2018년 10월 “먼지, 소음, 석면가루 등이 주거환경을 해친다”며 4200여명의 서명을 받아 공장이전 촉구 청원서를 시에 제출하는 등 잦은 민원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전방·일신방직 측도 수십년간 사용해온 생산시설이 낡은 데다 합리적 자산운영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공장이전을 내부적으로 논의하던 시점이었다.
시는 1930년대부터 공장 부지로 사용되온 이 땅의 용도변경에 의한 특혜 시비를 막기 위해 최소한 땅값 상승액 절반은 공공기여금으로 받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전방·일신방직이 제안한 땅값 상승액 40% 기부가 부족하다고 판단해서다.
이에 따라 시는 제안서를 반려하고 부시장을 단장으로 한 테스크포스를 꾸려 용도변경과 구체적 개발방안을 논의하는 등 실무협상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부지 소유자가 예고 없이 변경됨에 따라 협상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될 여건이 됐다.
1930년대 일제 강점기 세워진 철골구조 화력발전소와 물 저장시설 등이 원형대로 남은 전방·일신방직은 광주의 대표적 근대 산업문화 유산으로 꼽힌다.
시가 실시한 친일잔재 조사 용역에서는 일제 수탈의 역사를 후손들이 배우는 박물관 등을 건립해 역사교육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결과가 제시된 적도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방직기업인 전방은 1935년 일본 방직업체가 목화 등을 착취하기 위해 설립한 방직공장 ‘가네보’가 모태다. 1945년 해방 직후 정부 소유 전남방직 공사로 출범했다가 1953년 전방㈜로 민영화돼 1968년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1960~70년대 산업화 시절 수많은 여공들의 애환이 깃든 이 곳은 이 과정에서 전방과 일신방직으로 분할됐다. 이중 전방 임동공장은 섬유제품 수요 감소로 창업 83년 만인 2017년 말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대신 일부 부지에서 요양병원과 자동차중고매매센터 등이 영업하고 있다.
1970년 ㈜전방으로 사명을 변경한 이 회사는 1997년 본사를 서울로 옮겼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부친이자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창립한 고(故) 김용주 회장이 설립자다.
노동집약형 업종인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데다 치솟는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이 회사는 값싼 노동력을 내세운 동남아산 방직제품 점유율이 해마다 높아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방·일신방직 측은 공장설비를 현대화한 평동산단 공장에 임동 공장을 옮긴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매각 배경을 상세히 파악해 최종 방침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획일적 고층아파트 건립 등 난개발이나 부동산개발업체 특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