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택 사고팔며 초콜릿 사업… 유병언 아들의 뉴욕생활

입력 2020-07-26 09:58 수정 2020-07-26 10:13
연합뉴스

유병언(2014년 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유혁기(48)씨가 미국 뉴욕주 자택에서 전격 체포되자 지난 6년간 도피 생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현지 수사 당국의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유씨는 현지에서 고가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한 것은 물론 일부를 팔아 거액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25일(현지시간) 뉴욕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유씨는 이틀 전 체포 당시 머물렀던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에서만 고가 주택 2채를 10년 넘게 보유 중이다. 이 집들의 존재는 유씨 일가를 대상으로 하는 수사가 본격화되던 2014년 한국 예금보험공사(KDIC)의 재산몰수소송 과정에서 드러났었다.

유씨는 아내와 공동명의로 2007년 7월 파운드리지의 저택을 345만 달러에 구매했다. 한국 돈으로 약 41억원에 달한다. 소유주는 여전히 유씨와 그의 아내다. 2004년 지은 이 저택은 대지면적 4만1116㎡(1만2459평), 건물면적 783㎡(237평) 규모로 침실 5개와 화장실 7개를 갖췄다. 지난해 부과된 재산세만 6만5193달러(약 7849만원)에 이른다.

유혁기씨의 뉴욕주 베드퍼드 저택 추정 사진. 연합뉴스

유씨 부부는 2년 뒤인 2009년 6월 인근 베드퍼드에서도 275만 달러(약 33억원)를 들여 저택 한 채를 더 사들였다. 1만6228㎡(4917평)에 건물면적 650㎡(197평) 규모로 지난해 재산세는 4만8677달러(약 5861만원)이었다. 이 집은 ‘베드퍼드모임 프라퍼티 유한회사’라는 법인이 소유하고 있다. 이 법인 사무실은 유씨의 다른 미국 회사들과 같은 건물에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뉴욕시 맨해튼에도 고급 아파트를 갖고 있었다. 이 아파트는 재산몰수 1심 소송에서 패하기 직전 매도했고, 압류 조치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 2003년 5성급 호텔인 리츠칼튼에서 운영하는 맨해튼 남부 190㎡(57평)짜리 콘도를 172만5000달러(약 21억원)에 사기도 했다. 이 콘도는 뉴욕항과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고급 주택이다. 콘도는 2016년 9월 245만 달러(약 29억원)에 판 것으로 확인됐다. 이듬해 같은 건물에서 비슷한 면적의 매물들이 300만∼400만 달러에 팔린 걸 보면 1심 판결 직전 급하게 처분했을 가능성이 있다.

집을 사고팔며 벌어들인 돈뿐만 아니라 유씨는 도피 직전까지 프랑스 명품 초콜릿 사업을 벌였던 것도 확인됐다. 그는 1800년 설립된 초콜릿 브랜드 ‘드보브 에갈레’ 뉴욕지점을 운영해왔다. 이 브랜드는 프랑스 루이 16세의 약사였던 드보브가 쓴 약을 먹기 힘들어하던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위해 만든 초콜릿에서 유래한 회사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씨는 프랑스 본사를 직접 설득해 미국 판권을 사들였다. 2005년 1월 명사들을 초청해 맨해튼에서 떠들썩한 행사를 열었고 뉴욕지점 런칭을 공개했다. 당시 베드퍼드에 세워진 이 지점은 이미 폐업했다.

드보브에갈레 미국 홈페이지. 연합뉴스

세월호 운영 선박회사에 대한 횡령 혐의를 받는 유씨는 지난 23일 뉴욕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의 자택에서 체포됐다. 유씨는 한국 검찰이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수사에 착수했을 당시 유 전 회장과 함께 주요 혐의자로 지목했던 인물이다. 유 전 회장의 자녀 중 유일하게 신병이 확보되지 않았으며 실질적 후계자로 꼽혀왔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유씨 등을 통해 계열사들을 사실상 지휘한 것으로 판단했었다. 하지만 유씨가 검찰의 3차례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미국에서 귀국하지 않자, 적색 수배령을 내리고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현재 유씨가 받는 횡령 및 배임 혐의 액수는 559억원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