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규모 5조 원대, 연말 시험평가 돌입
국내 방산업체인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장갑차 ‘레드백(Redback)’이 5조5384억 원 규모의 호주 육군 장갑차 획득 사업을 따내기 위해 28일 호주로 출정한다. 레드백은 현재 최종 2개 후보에 뽑힌 상태다. 최후의 승자를 놓고 오는 11월 호주 육군이 주관하는 현지 시험평가에서 독일 장갑차와 겨루게 된다.
한화디펜스는 지난 24일 호주 육군의 궤도형 장갑차 획득 사업인 ‘Land 400 Phase 3’를 위해 레드백 시제품 2대를 출고하는 출정식을 개최했다고 26일 밝혔다. 시제품 2대는 28일 평택항을 출발해 다음달 말 호주 멜버른 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출정식에는 한화디펜스 이성수 대표이사를 포함해 레드백 개발진과 임직원, 호주 현지로 떠나는 시험평가 지원팀 등 수십여명이 참석했다.
레드백은 우리 군에 실전 배치돼 성능이 검증된 K21 보병전투장갑차 기술에 K9 자주포의 ‘파워팩(엔진+변속기) 솔루션’을 더해 만든 미래형 궤도장갑차다. 특히 방호력과 기동성이 대폭 강화됐다. ‘반능동식 유기압식 현수장치(ISU: In-Arm Suspension Unit)’를 도입해 차체 중량을 줄이면서도 지뢰와 총탄 공격에 대비한 방호 능력을 강화 한 것이다.
레드백은 또 철제궤도가 아닌 고무궤도를 장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음과 진동 및 차체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최고 시속 65㎞로 달릴 수 있다. 레드백은 호주와 이스라엘 기술을 접목한 30mm 포탑과 대전차 미사일 등을 탑재해 화력 성능도 끌어올렸다. 승무원은 3명, 8명의 보병 등 모두 합쳐 11명이 탑승할 수 있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레드백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독을 가진 독거미로 알려진 붉은배과부거미(Redback Spider)에서 따온 명칭”이라며 “호주 지역에 서식하며 뱀을 사냥할 정도로 강력한 독을 품고 있는 거미”라고 말했다.
레드백은 Land 400 Phase 3 사업 1차 관문에서 미국과 영국의 글로벌 방산기업을 제쳤다. 지난해 9월 독일 라인메탈 디펜스(Rheinmetall Defence)의 링스(Lynx) 장갑차와 함께 최종 2개 후보로 압축됐다. 한화디펜스는 그 직후 호주 방위사업청과 450억 원 규모의 ‘RMA(Risk Mitigation Activity)’ 계약을 체결했다. RMA는 최종 우선협상자 후보를 결정하기 위해 현지에서 후보 장비들에 대한 요구사항 충족 여부를 평가하는 절차다. 각 후보 업체는 3대의 시제품을 납품하게 되는데, 한화디펜스는 이번에 시제품 2대를 호주에 보내고 나머지 1대는 내년 1월까지 보낼 예정이다. 호주 육군의 Land 400 Phase 3 사업은 차세대 궤도형 전투장갑차와 계열차량 8종 등 400여 대를 도입하기 위한 사업이다. 최대 12조 원의 사업비 중 장비 획득에만 5조5384억 원이 편성돼 있다.
레드백에 대한 현지 시험평가는 오는 11월부터 약 10개월 간 호주 육군 주관으로 진행된다. 이 기간에 차량 성능과 방호능력 테스트, 운용자 교육·평가 등이 이뤄진다. 최종 우선협상자 선정은 2022년 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레드백은 또 내년 초 시작되는 미군 육군 브래들리 장갑차 교체 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호주 사업에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미군 장갑차 사업 수주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 사업은 50조 원 규모다.
이성수 대표이사는 “대한민국의 방위산업 기술이 새로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상무기 체계 분야에서 쌓아온 역량을 결집해 시험평가에서 우수성을 입증하고 반드시 최종 후보에 선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