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드 밴을 걱정하지 않는다”

입력 2020-07-26 01:12 수정 2020-07-26 01:30

DRX ‘쵸비’ 정지훈이 자신의 넓은 챔피언 폭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DRX는 25일 서울 종로구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젠지를 세트스코어 2대 1로 이겼다. 1라운드에 이어 다시 한번 젠지를 잡은 DRX는 시즌 11승째(1패 세트득실 +15)를 올렸다. 순위표에선 변함없이 선두 자리를 지켰다.

시즌 최고의 명승부를 치른 후 국민일보와 만난 정지훈은 “늘 열심히 게임하지만 오늘은 특히 더 열심히, 더 집중해서 플레이했다”며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갈리오와 세트, 트위스티드 페이트로 만점 활약을 펼친 정지훈은 “전부 잘해준 덕에 이길 수 있었다”며 팀원들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다. 다음은 정지훈과의 일문일답.

-명승부 끝에 시즌 11승째를 거뒀다. 이날 경기를 총평한다면.
“상대도 강팀이다 보니 우리도 평소보다 힘들게 게임했다. 늘 열심히 게임하지만 오늘은 특히 더 열심히, 더 집중해서 플레이했다. 상대도 잘하는 팀이다 보니 경기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떻게 게임을 굴려야 하지’ ‘싸움 각을 보려면 언제 들어가야 하지’ ‘혹시 내가 삐끗해서 게임을 망치진 않을까’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다들 잘해준 덕에 이길 수 있었다.”

-‘표식’ 홍창현에 따르면 담원 게이밍보다 젠지를 더 까다롭게 여겼다고 하던데.
“아니? 그건 홍창현이 정글러라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탑라이너와 미드라이너로서 ‘너구리’ 장하권 선수와 ‘쇼메이커’ 허수 선수를 상대해야 하는 우리의 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얘기인 것 같다.”

-지난번에 이어 다시 카밀·갈리오 조합을 꺼냈다. 스크림 성적이 좋았다고 들었다.
“확실히 스크림에선 그 조합으로 파괴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었다. 하지만 실전에선 상대적으로 신중하게 플레이하다 보니 그런 장면이 자주 안 나오는 것 같다. ‘아, 이게 실전에선 왜 안 되지’하고 당황할 수도 있었는데, 그런 와중에 빠르게 방법을 찾은 게 승리 요인이었다.”

-1세트에 상대가 미드 5밴을 했는데 저격밴을 인지하지 못 했다고 했다.
“그 5개 챔피언을 제외하고도 할 수 있는 다른 챔피언이 많다. 나는 미드 밴을 걱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 저격밴도 의식 못 했다. 사실 예전에 ‘언젠가 미드 5밴을 당하는 날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하고 고민해본 적이 있다. 그게 내가 다양한 챔피언을 연습하기 시작한 계기였다.”

-그래서 지금은 미드 카이사 빼고 다 숙련도에 자신이 있나.
“음… 미드 카이사도 하려면 할 수 있다.”

-요즘 갱킹을 흘리는 플레이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
“프로게이머가 된 뒤로 갱킹을 많이 당해 경험이 쌓였다. ‘아, 이렇게 하면 죽는구나’ ‘이렇게 하면 죽지 않을 수 있겠구나’ ‘혹시 이렇게 하면 살 수 있지 않을까’ 등을 생각하면서 경우의 수를 따지고 있다. 경험의 산물이지만 동시에 타고난 감각도 있는 것 같다.”

-다음 상대는 또 다른 ‘3강’ 담원이다.
“오늘처럼 ‘질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항상 갖고 임하겠다. 상대도 잘하는 팀이다. 그런 만큼 우리도 잘해야 이길 수 있다. 손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준비하겠다. 그 나머지는 운이 따라주길 바라야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