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리(35) 왕자와 형 윌리엄(38) 왕세손 부부가 지난 3월 만났을 때 서로 말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리 왕자가 메건 마클 왕자비와 결혼한 이후 끊임없이 제기됐던 불화설이 이번엔 더욱 구체적으로 제기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왕실 담당 언론인으로 활동해 온 온 오드미 스코비와 캐럴린 듀랜드는 오는 8월 해리 왕자 부부를 다룬 전기 ‘자유를 찾아서(Finding Freedom)’ 출간을 앞두고 일간 더타임스에 일부 내용의 연재를 시작했다.
왕실에서의 독립을 선언한 해리 왕자 부부는 지난 3월 9일 런던 웨스트민스트 사원에서 열린 연례 ‘영 연방의 날’ 기념식을 끝으로 왕실 고위 구성원으로서의 공무 수행을 마쳤다. 당시 행사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찰스 왕세자 부부, 윌리엄 왕세손 부부 등 왕실 고위 구성원이 모두 참석했다.
연재된 내용에 따르면 이날 해리 왕자 부부는 1월 이후 처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 결혼생활 초기인 해리 왕자 부부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스스로 통제하는 것을 원했다.
그러나 해리 왕자 부부가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 함께 살다 떨어져 나가기로 결정한 뒤로 버킹엄궁의 규정에 따르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는 그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저자들은 해리 왕자 부부와 다른 왕실 구성원 간 냉소와 적의가 점점 커졌다고 전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왕실이 자신들의 불만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언론에 흘리고 있는 것으로 믿었다. 연재 글엔 왕실에서 그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이들은 한 줌에 불과했다고 했다. 이들의 친구는 해리 왕자 부부가 한 오래된 경호원을 ‘독사’라고 표현했다고도 전했다.
책에는 “해리 왕자는 직원들이 자신의 부인인 마클 왕자비를 좋아하지 않으며 그녀를 어렵게 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고 밝혔다. 다른 왕실 구성원을 위해 일하는 직원들은 해리 왕자 부부의 글로벌 명성을 억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글쓴이는 주장했다.
왕실 내 ‘기득권층’은 해리 왕자 부부의 인기가 왕실 자체의 빛이 바래게 할 것을 우려했다고 글쓴이는 설명했다. 해리 왕자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손자이며 왕위계승 서열 여섯 번째다. 해리 왕자는 할리우드 여배우 출신 메건 마클 왕자비와 2018년 5월 결혼한 이후 형 윌리엄 왕세손과 불화설에 시달려왔다.
끊임없이 제기된 불화설에 해리 왕자는 지난해 10월 I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 형제는 좋은 날과 나쁜 날을 보내고 있다”며 “우리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후 올해 왕실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하겠다고 깜짝 선언한 뒤 캐나다를 거쳐 LA에서 터를 잡았다.
해리 왕자 부부는 지난 1월 초 왕실 고위 구성원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한 이후 할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나려 했지만 월말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불행에 대해 여왕과 상의하는 것이 가로막혔다고 느꼈고 왕실 의전을 어기고 여왕을 깜짝 방문하는 방안도 고려했다고 책은 전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언론에 대한 불만도 숨기지 않았다고 했다. 마클 왕자비는 타블로이드의 비판에 대해 “수천 개의 상처를 입은 채 죽은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현지시간으로 23일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에 아들 아치 사진을 몰래 찍어 유포한 파파라치들을 사생활 침해 혐의로 고소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고소장에서 “대중 매체들이 돈을 벌기 위해 14개월 된 아이의 사진을 찍었다”며 “이들은 이 행위가 불법임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해리 왕자 부부가 자택에 그물망을 설치하자 파파라치들은 드론이나 헬리콥터를 이용하거나 그물망에 구멍을 뚫어 촬영을 강행했다.
앞서 해리 왕자는 영국의 유명 타블로이드 신문인 더선, 데일리미러 등이 마클 왕자비의 휴대전화를 해킹했다면서 “어머니(다이애나 비)를 죽음에 들게 한 게임에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었다.
이같은 책 내용이 공개되자 해리 왕자 부부는 자신들과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해리 왕자 부부의 대변인은 “부부는 책을 위해 인터뷰한 적이 없으며 책 내용에 공헌한 것이 없다”면서 “책은 저자들의 왕실 담당 기자로서의 경험과 독립적인 기사를 토대로 쓰였다”고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