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가 1500만원에…‘에어 디올’이 상기시킨 스니커즈 열풍

입력 2020-07-26 06:00 수정 2020-07-26 06:00
디올과 나이키가 협업해 지난달 출시한 '에어 조던 1 OG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 디올 제공

명품 브랜드 디올과 나이키의 협업으로 지난달 말 출시된 ‘에어 디올’은 리셀(재판매) 시장에서 1500만~2100만원까지 가격이 뛰었다. 에어 디올은 1만3000족만 생산됐고 시중에 풀린 물량은 8000족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를 사기 위해 전 세계에서 응모한 수는 500만명이나 됐다. 처음 판매가는 300만원 안팎이었으나 8000명에 들지 못한 이들이 웃돈을 얹어서 사고 있는 상황이다.

‘스니커즈, 명품, 컬래버레이션, 그리고 한정판’. 패션에 관심 많은 MZ세대(1980~2000년 출생)가 열광하는 것들이다. 이 모든 것을 합쳐 놓은 ‘명품 컬래버레이션 한정판 스니커즈’가 나왔으니 가격으로 그 인기가 확인된 셈이다.

스니커즈 열풍은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패션업계가 내놓은 한정판 스니커즈들은 재판매 시장에서 처음 판매가보다 최소 배 이상 가격에 되팔리면서 리셀 시장을 키웠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사는 것은 그래서 투자로 여겨지기도 한다.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국내외를 넘나든다. 26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2025년쯤에는 전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가 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솔드아웃 첫 화면. 무신사 제공

국내에서는 10~20대 남성을 중심으로 가장 핫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무신사는 지난 21일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중개 서비스 ‘솔드아웃(soldout)’을 출시했다. 솔드아웃이 내건 전략은 100% 정품 보장과 스니커즈 콘텐츠 제공이다.

리셀 시장에서는 가짜 제품 논란이 언제나 있어 왔다. 무신사는 그래서 소비자들이 가품 걱정 없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정품 여부를 확인해주는 전문가 팀을 꾸렸다. 일단 거래가 체결되면 판매자가 솔드아웃 검수센터로 상품을 보내 검수팀의 인증을 받아야만 거래가 성사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솔드아웃에서는 손상 정도까지 상세히 검토해 거래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스니커즈 열풍은 그저 제품을 소장하고 소셜 미디어에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유행에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해졌다. 무신사가 스니커즈 업계의 유명인사, 인플루언서 등을 전문 필진으로 구성해 스니커즈 스토리와 트렌드를 다루는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스니커즈 마니아들에게는 ‘스니커즈에 열광할 만한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케이스스터디와 크록스의 협업 제품. 신세계백화점 제공

신세계백화점의 패션 편집매장 분더샵도 스니커즈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케이스스터디는 분더샵의 ‘숍 인 숍(shop in shop)’ 공간으로 스니커즈와 스트리트 패션 아이템 등을 제안한다. 2017년 처음 문을 연 뒤 다양한 협업 제품과 단독 판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케이스스터디는 특히 각종 한정판 협업 제품으로 MZ세대를 열광시켰다. JW앤더슨과 반스, F.A.M.T, 노스페이스, 쉐이크쉑, 보그 코리아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한 한정판 제품들은 매번 순식간에 완판을 기록했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모습은 흔한 일이 됐다.

케이스스터디는 코로나19 이후 한정판 구매를 위해 텐트까지 동원하는 상황이 빚어지지 않도록 지난 4월 온라인 응모 사이트를 열었는데, 벌써 접속자 수가 30만명을 넘어섰다. 스니커즈 제품당 최대 온라인 응모자 수는 6만6000명에 이르렀다.

지난 15일 케이스스터디는 MZ세대의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아이템을 출시하면서 웹 사이트 폭주를 겪었다. 샌들 전문 브랜드 크록스와 협업한 ‘클래식 클로그’ 온라인 사전 응모자들이 몰리면서다. 제품은 2분 만에 완판됐다. 국내에서 단독 판매한 ‘뉴발란스×카사블랑카 스니커즈’ ‘나이키×트래비스스캇’ 등은 누적 매출 1억원을 훌쩍 넘겼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MZ세대에게 스니커즈는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일종의 문화로 자리잡았다”며 “지드래곤과 영향력 있는 국내외 스타들이 스니커즈 유행을 만들었고 20~30대 소비자들이 대거 동참하면서 스니커즈가 하나의 카테고리에서 패션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