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장의 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권과 충돌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이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지휘자. 동시에 여권으로부터 ‘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돼 피의자 조사를 받기까지. 그런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키며 문재인정권의 개국공신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인물. 한 검사장의 한마디 한마디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녹취록과 언론 보도, 관계자 발언 등을 통해 드러나 한 검사장의 발언을 정리했다.
“딱 하나야. 무조건 수사를 막겠다 권력 수사를 막겠다 그런 일념밖에 없어서 그렇지. 그리고 문제는 공부 좀 하고 하라고 그래. 매번 틀리고 지금까지 맞는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잖아.…일개 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포샵질을 하고 앉아있어. 국민의 알 권리가 나중에 알아도 될 권리야? 로또도 나중에 알고 먼저 아는 게 차이가 얼마나 큰 건데. 당연히 알 권리에 핵심은 언제 아느냐야”
-2020년 2월 13일, 이동재 전 채널 A기자와 한 검사장의 대화 녹취록
“뭔가 걸리거나 그랬을 때 사회가 모든 게 다 완벽하고 공정할 순 없어. 그런 사회는 없다고. 그런데 중요한 건 뭐냐면 국민들이 볼 때 공정한 척이라도 하고 공정해 보이게 라도 해야 돼. 그 뜻이 뭐냐? 일단 걸리면 가야 된다는 말이야. 그리고 그게 뭐 여러 가지 야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걸렸을 때, “아니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성내는 식으로 나오면 안 되거든. 그렇게 되면 이게 정글의 법칙으로 가요”
-2020년 2월 13일, 이동재 전 채널 A기자와 한 검사장의 대화 녹취록
“이럴 때 잘하라고 검사들이 신분 보장 받는 거예요. 징징거리지 말라 그래. 맨날 뒤에다가 검사들한테 어쩔수 없다. 어쩔 수 없긴 XXXX들 뭐가 어쩔 수 없어. 신분 보장 받고 있어서 평생 영감 소리 받고 사는 거 아니에요? 왜 XX XX들이 징징거려. 개기든가 아니면 확 Kㅇㅇ처럼 XX주든가.”
-2020년 2월 13일, 이동재 전 채널 A기자와 한 검사장의 대화 녹취록
“관심 없어. 그 사람 밑천 드러난 지 오래됐잖아. 그 1년 전 이맘때쯤과 지금의 유시민의 위상이나 말의 무게를 비교해봐.…(이 기자가 “이철 아파트 찾아다니고 그러는데”라고 말하자) 그건 해 볼 만 하지. 어차피 유시민도 지가 불었잖아. 나올 것 같으니까. 먼저 지가 불기 시작하잖아”
-2020년 2월 13일, 이동재 전 채널 A기자와 한 검사장의 대화 녹취록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조치이나, 어느 곳에서든 공직자로서 소임을 다하겠다…편향되지 않은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저의 무고함이 곧 확인될 것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
-2020년 6월 25일, 전보조치 후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
“모든 공직자는 국민 앞에 ‘일개 공직자’일 뿐”
-2020년 7월 23일, 관계자의 전언. ‘일개 장관’ 발언에 대한 여권의 비판에 대응하며.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권력이 반대하는 수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 위원회가 저를 불기소 하라는 결정을 하더라도, 법무장관과 중앙 수사팀이 저를 구속하거나 기소하려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위원님들께 호소드리는 것은, 지금 이 광풍의 2020년 7월을, 나중에 되돌아볼 때, 적어도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 중 한 곳만은 상식과 정의의 편에 서 있었다는 선명한 기록을 역사 속에 남겨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그래주시기만 한다면, 저는 억울하게 감옥에 가거나, 공직에서 쫓겨나더라도, 끝까지 담담하게 이겨내겠습니다.”
-2020년 7월 24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질의에 대한 답변
앞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검언유착’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 처리하라고 지난 24일 권고했다.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은 입장문을 통해 “납득하기 어렵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여권 인사들도 “수사심의위원회가 검찰이 부담되는 사건을 검찰 입맛대로 처리하거나 봐주기를 위한 면피용 기구가 돼 버렸다”(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검에서 구성한 수사심의위라 설마설마했더니 총장이 뽑은 사람이 결국 이렇게 초를 치는구나”(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등 비판에 나섰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