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여름 물놀이 가도 되는 거 맞아?”
무더운 여름, 모두가 기다리던 휴가철이 바짝 다가왔어. 이번 휴가는 어디로 떠나야 하나.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끝난 것도 아니고, 확진자도 계속 나오고.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야.
그렇다고 여름 휴가를 집에서만 보내야 할까? 워터파크나 해수욕장은 개장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물놀이 방역 수칙을 발표해서 헷갈려. 방역 수칙만 잘 지키면 물놀이를 가도 된다는 말일까? 아님 안된다는 말일까? 모르겠어. 갔다 와서 욕만 한 바가지 먹을까 봐 걱정이야.
게다가 “마스크 잘 안 쓴다” “거리두기도 잘 안 된다” 등 뒷말도 많이 나오잖아. 아마 다들 섣불리 움직일 수 없고 이래저래 걱정도, 궁금한 것도 많을 것 같아. 꿍금한 건 절대 못 참는 꿍미니, 워터파크에 직접 다녀올게. 물놀이하러 가도 되는 건지, 안전한지 꼼꼼히 지켜볼게.
“방역 수칙, 그거 뭔데, 어떻게 지키는 건데”
워터파크로 가기 전, 꿍미니는 지난달 3일 정부가 발표한 물놀이 방역 수칙을 살펴봤어. 물 안과 밖 모두 비말에 의한 감염을 막을 수 있도록 거리두기를 하는 게 핵심인 것 같아.
▲수영, 수영복 등 개인물품 사용하기 ▲이용자 간 2m 간격 유지하기 ▲2m 간격 유지가 어려우면 마스크 착용하기 ▲실내보다 실외 시설 이용하기 ▲침방울이 튀는 행위와 신체접촉 자제하기
이밖에도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세면도구, 드라이기 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 꿍미니는 수건, 드라이기, 세면도구 등을 챙겼고 물에 젖을 것을 대비해 비말 차단 마스크도 6장 정도 여분으로 준비했어.
님아 그 선을 넘지 마오 (오전 9:40)
주말 오전 워터파크 도착. 개장 20분 전이야. 요즘 워터파크는 입장 인원을 대폭 줄여서 하루 최대 1200명 정도의 손님만 선착순으로 받고 있어.
“2m 거리두기 유지해주세요”
“체온 좀 재겠습니다”
직원들은 매표소 주위를 분주히 돌아다녔어. 앞사람과 뒷사람의 줄 간격이 좁으면 거리두기를 요청하고, 일일이 발열 체크를 하고 다녔어. 기다리는 동안 해외 및 주요 지역 방문, 증상 여부를 묻는 모바일 문진을 하라는 요청도 받았어.
그런데 사람들이 모여들수록 직원 두세 명의 안내로는 역부족이었나 봐. 바닥에 표시된 거리두기 선이 무색해질 만큼, 앞사람 뒷사람의 간격이 좁아졌어. 급 시장통으로 변한 대기줄 속에서 마스크를 꼭 부여잡고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겠다는 의지★)입장을 기다렸어.
우리 워터파크가 달라졌어요! (오전 10:30)
“비닐봉지 갖고 가세요”
라커 열쇠를 받으려고 안내데스크에 갔더니 직원들이 마스크를 담을 일회용 비닐봉지를 나눠주고 있었어. 물 안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지만 물 밖에서는 무조건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거든.
그런데 비닐봉지 하나만 달랑달랑 들고 다니려니 분실위험도 있고, 얇아서 곧 찢어질 것 같더라고. 그래서 우리는 먼저 워터파크에서 파는 방수팩 목걸이를 따로 샀어.
만반의 준비를 갖춘 뒤 먼저 실내 풀로 출발! 그런데 웬걸, 코로나19 이전과는 확 달라졌더라. 과거에는 사람 반, 물 반이었다면 지금은 되게 한산한 느낌. 아직 오전이라 그런가.
또 하나 눈에 띈 것은 곳곳에 붙어있는 안내문들. 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내용이었어. 사람들이 잘 지킬지는 아직 의문이야. 예전보다 잦아진 클린 타임도 눈에 띄었어.
이제 밖으로 나가보자. 참고로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실외보다 밀폐된 공간이나 실내에서 바이러스 전파력이 높다”고 말했어. 워터파크를 가더라도 실외 시설을 이용하는 게 더 안전하다는 거지.
마스크부터 방수팩에 넣고, 물에 한 번 들어가 볼까. 심장에서 먼 부위부터 물 좀 묻히고 심호흡도 하고(후우) 입수해봤어. 같이 간 인턴 동료와는 2m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유수풀을 한 바퀴 돌아봤어. 다른 사람들과도 거리두기, 과연 가능했을까? 결과는 예상외로 대성공.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더라. 입장객 수를 줄인 게 신의 한 수였나 봐. 게다가 오전이라 사람이 더 없기도 했어. 이대로라면 거리 두면서 물놀이하기, 희망이 보여.
시작됐다, 공포의 수다타임 (오후 12:30)
출출해져서 식당가로 향했어. 사실 우리가 제일 걱정했던 게 식사시간이야. 밥 먹을 때는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잖아. 서로 대화도 많이 할 테고 전파 위험도 커지는 상황이지.
우리는 밥을 먹자마자 재빨리 마스크를 쓰고 주위를 둘러봤어. 실내 식당 자리는 한 테이블씩 띄어져 있었고 야외 식당은 마주 보면서 먹을 수 없도록 일렬 식사를 하라고 안내하고 있었어.
처음에는 잘 지켜지는 듯했으나 사람이 몰릴수록 안 지켜지더라. 일렬 식사는 당연히 지켜지지 않았고 식당에서도 야외 테라스에 있는 테이블 쪽은 아주 시끌벅적했지.
수영장에 놀러 온 그 기분은 어쩔 수 없을까. 사람들이 테이블과 벽에 붙어있는 안내문만 따라준다면 더없이 좋을 텐데 말이야. 점심을 기점으로 오후에는 사람이 더 몰리기 시작했어. 정신 바짝 차려야지. 진짜 취재는 지금부터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게, 물놀이 방역수칙을 지킬 수 있는지 말이야.
물방울 ‘뚝뚝’…마스크만 6장 버렸다 (오후 1:30)
재밌는 곳에 사람이 몰리는 건 당연한 걸까. 역시 파도풀에는 사람이 많더라. 거대한 파도가 칠 때마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지르며 뒤엉킨 채 놀고 있었어.
우리도 직접 파도풀에 들어가서 거리두기를 해보려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밀려드는 인파에, 파도에 도저히 안 되겠더라. 재빨리 밖으로 나와 마스크부터 다시 썼어.
근데 물에서 나올 때마다 마스크를 쓰는 게 정말 정말 쉬운 일이 아니더라. 머리카락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얼굴은 흥건하게 다 젖었어. 그 상태에서 마스크를 쓰자니 여간 찜찜한 일이 아니더라고. 물에 들어갈 때마다 방수팩을 열었다가 닫았다 하는 것도 꽤 번거로웠어.
여기서 끝이 아니야. 여분용 마스크를 준비한 게 얼마나 다행이던지. 여러 번 썼다 벗었다 하니까 마스크도 축축해진 채로 점점 너덜너덜해졌어. 마스크는 물에 젖으면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잖아. 그렇게 한나절 동안 갈아치운 마스크만 총 6장이야.
다들 비슷한 마음이었을까? 오후에는 물 밖에서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 심지어 비닐봉지나 방수팩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안 보이더라.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는 것도 문제였어. 파도풀이 아닌 유수풀, 키즈 풀장 같은 일반 풀장에도 사람이 모여들수록 사람 사이 간격이 점점 좁아졌어.
이 줄 간격 실화야? 마스크는? (오후 3:00)
감염이 제일 쉽게 될만한 곳은 어딜까 했는데, 놀이기구가 생각났어. 다닥다닥 붙어서 길게 늘어진 대기줄을 무시할 수 없잖아. 아니나 다를까 마스크 미착용은 물론이고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았어.
그분들께 용기 내서 물어봤어. “마스크 왜 안 쓰세요?”
“물에 젖고 나면 마스크 쓰기가 어려워요. 다른 사람들도 안 쓰는데 굳이….”
(마스크 안 쓴 싱글벙글 3인방)
“직원 앞에서만 써요. 코로나 실감도 잘 안 나고….”
(행복해 보이지만 마스크 안 쓴 커플)
꼭 중·고등학교 청소시간 같았어. 선생님이 볼 때만 청소하고, 아니면 몰래 놀았던 시절처럼. 그리고 이어진 충격적인 대답 “감염 걱정을 하면 워터파크 오면 안 되죠.” 뼈 때리는 말을 남긴 채 놀이기구를 타러 가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멍하니 서 있었어.
직원들이 일일이 제재하는 건 어려울까.
“한 명 한 명에게 말하기에는 명령처럼 들릴 수도 있어서요. 가끔 기분 나쁘다고 화내기도 해서. 물에서 잠깐 나와서 이동하는 건데 일일이 얘기할 수도 없고.”
(라이프가드 두세 사람의 대답)
참 안타까운 상황이지. 직원들도 이래저래 골머리를 앓고 있나 봐. 오전에는 물놀이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는 듯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물놀이를 제대로 시작하지 않아서였던 거지. 한창 물놀이를 즐길 시간에는 마스크 쓴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어.
OMG! 추석 연휴 대중목욕인 줄 (오후 5:00)
이제 슬슬 여정을 마무리해보자. 탈의실에 가보니 집에 가려고 준비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더라. 사람들은 같이 온 일행들과 옷을 갈아입으며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말은 민망해진 지 오래야.
정부는 실내공간에서의 거리두기도 중요하다면서 샤워부스, 라커룸 등을 한 칸씩 띄어서 사용하라고 말했어. 사람이 한산한 오전은 잘 지켜졌지. 그런데 다들 집에 빨리 가고 싶었을까. 한 칸씩 띄어놓은 사용금지 샤워 부스에서도 물을 틀고 씻더라.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 안 하는 머쓱(?)한 상황이었어.
후기…이 시국, 물놀이 선택은
무사히 워터파크 시찰을 다녀온 꿍미니는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님께 연락해봤어. 전문가는 이 시국 물놀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했거든.
교수님은 “워터파크 물은 살균 기능이 있는 염소로 소독하기 때문에 물을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될 일은 없다”고 말씀하셨어. 후유, 이건 다행이야. 그렇다고 해서 마냥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야. 우리가 물속에만 들어가 있는 게 아니잖아.
교수님은 “눈·코·입 등의 점막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때문에 물놀이를 하면서도 1~2m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하셨어. 또 “점막 보호를 위해 물안경도 챙기라”고 당부하셨어.
그럼 이번 여름 휴가, 어디로 가는 게 제일 좋은 거냐는 질문에는 “실내보다는 개방된 공간, 사람이 밀집되지 않은 장소가 좋다”며 “해변보다는 한적한 계곡이나 산속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하셨어.
여름 실내 물놀이. 직접 관찰해본 결과 아직은 위험해 보여. 오후에는 방역 수칙이 무너진 것 같았거든. 물놀이를 갈지, 말지는 결국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말이야. 혹시라도 가게 된다면 물 밖에서는 꼭 마스크를 쓰고, 사람이 밀집된 공간은 피해줘. 아 참! 우리가 다녀온 뒤로 방수마스크를 나눠주는 워터파크도 생겼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 모두들 정부가 알려준 방역 수칙 꼭꼭꼭★ 지키자.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이 아닐까 싶어.
김유진 인턴기자
유승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