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야옹’ 자동차 엔진룸에서 들려온 그 소리 [개st하우스]

입력 2020-08-12 21:30 수정 2020-08-12 21:30

다음 중 자동차 엔진룸에 들어간 새끼 고양이를 꺼내는 방법은?
1. 차 시동을 걸고 빵빵 경적을 울린다.
2. 고양이 간식으로 유인한다.
3. 고양이가 등장하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여준다.
4. 집에서 자고 있던 뚱냥이를 데려온다.

왠지 심술난 듯 눈이 부리부리한 아기 고양이, 얘 이름은 ‘앵그리’(Angry)입니다.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자동차의 엔진룸 깊숙한 곳에 숨어있었죠. 그냥 출발했다가는 고양이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

"공만 있으면 외롭지 않다구" 엔진룸에서 무사히 구조돼 입양자를 기다리는 아기 고양이, 앵그리.

"할머니 곁이 좋아"

차 주인과 제보자는 가엾은 앵그리를 구조하려고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는데요. 그날의 구조 스토리를 들어봤습니다.

‘야옹야옹’ 왕복 6차선 넘어 들려온 아깽이 소리

“길을 가는데 건너편에서 미세하게 ‘야옹야옹’ 소리가 났어요. 주차된 승합차 깊숙한 데서 들리는데, 엎드려봐도 고양이는 안 보이더라고요.”

지난달 15일 행복한 퇴근길, 30년차 캣대디인 제보자는 동네 고양이들에게 먹일 사료와 간식을 가득 안고 있었죠. 그런데 “냥냥” 희미한 고양이 울음소리가 6차선 도로 건너편에서 들려옵니다.

제보자는 ‘내가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잘못 들었나’ 의심했지만 다시 살며시 아기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울음소리를 쫓던 제보자는 커다란 승합차 앞에 멈췄습니다. 차 주변을 둘러봐도 녀석은 보이지 않았고, 제보자는 휴대폰으로 차 아랫부분을 촬영했죠.

제보자는 손이 닿을 수 없는 차체 깊은 곳에서 새끼 고양이를 발견합니다. 승합차 주인은 어린 것이 가엾다며 구조할 때까지 기다려주겠답니다. 대부분 차주들은 바쁘다며 가버리는데…천만 다행이었죠.

시동 걸고 경적 울려도 나오지 않는 아깽이

제보자는 동물구조단체들의 매뉴얼대로 엔진시동을 걸고, 보닛을 통통 치고, 빵빵 경적을 울렸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나오질 않았죠. 간식을 건네도 소용없었고요.


그냥 출발할 수도 없는 것이, 고양이가 달리는 차에서 내려오다 바퀴에 깔려 목숨을 잃거든요. 로드킬 당한 고양이 중 상당수는 이렇게 목숨을 잃은 겁니다.

1시간이 지나자 차 주인이 “저 퇴근해야 되는데…”라고 속삭였죠. 제보자는 최후의 방법으로 집고양이를 직접 데려와서 아기고양이를 낚기로 합니다. 진짜 고양이의 냄새와 울음소리라면 아기고양이를 달랠 수도 있으니까요.

“내가 설득하겠다옹” 길냥이를 데려갔더니

제보자가 집에 도착하자, 친한 길고양이 5~6마리가 우르르 몰려왔습니다. 제보자는 평소 성격이 순한 회색 고양이(회새기)를 번쩍 안아서 캔넬(고양이 이동장)에 넣었습니다.


"설마 병원 가는 거냥?" 제보자가 캔넬에 집어넣자 당황한 회새기.

제보자는 회새기가 담긴 이동장을 승합차 바닥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서로가 얼굴을 보고 냄새도 맡을 수 있는 거리에서 회새기는 “야옹야옹” 불렀고 새끼 고양이도 “냥냥” 대꾸했습니다.

그렇게 10분쯤 흘러 새끼 고양이가 땅바닥으로 ‘툭’ 떨어졌습니다. 고양이 낚시 성공! 제보자는 포획망으로 잽싸게 아깽이를 낚아챘습니다.

날 낚다니! 분노한 아깽이, 너의 이름 ‘앵그리’

잡아 올린 녀석은 고양이 낚시에 당한 게 분하고 억울한지 눈매가 화가 난 듯해요. 그 표정이 귀여웠던 제보자는 고양이에게 앵그리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구조 직후의 앵그리.

병원 검사 결과, 앵그리는 무척 건강했습니다. 귀도 깨끗하고, 각종 전염병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거든요.

"나한테 왜이러냥" 태어나서 처음으로 병원 진료를 받는 앵그리

앵그리는 현재 제보자의 집에서 임시보호 중입니다. 첫 2~3일은 소파 밑에만 숨어 지냈지만 1주일이 지난 지금은 제보자의 따뜻한 손길을 몹시 기다리고, 제보자 배 위에 올라가 모닝콜도 해줍니다.

"야 일어나~ 해떴어~ " 아침마다 제보자를 깨우는 앵그리.

가족을 기다리는 앵그리의 손을 잡아줄 분을 찾습니다. ▲가족 모두가 고양이 입양에 동의하고 ▲고양이털 알레르기, 비염 검사를 받았고 ▲고양이가 아플 때 70만~100만원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으며 ▲고양이가 낯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실 분은 인스타그램 @runcat74로 문의 주세요.

앵그리는 생후 2개월 미만의 새끼 고양이입니다. 중성화, 입양접종은 직접 해주셔야 합니다.

"날이 저물었군. 내가 움직일 시간이야." 오후 9시가 넘으면 쇼파 밑에서 기어나오는 앵그리.

앵그리의 귀여운 영상이 보고 싶다면 유튜브에 ‘개st하우스’를 검색해주세요. 구조된 동물들이 입양자를 만나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이 있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에 놀러오세요!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