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24일까지 경북 영덕군 강구면에 258㎜의 비가 내렸다. 이번 호우로 강구면 저지대인 오포리에서 현재까지 70가구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강구면 오포리 강구초등학교에는 지난 밤 폭우로 급박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초등학교 운동장은 상류에서 내려온 물과 진흙이 뒤섞여 아수라장이 됐다.
김용태 오포2리 새마을지도회장은 24일 “한밤중 집 안에 물이 들어와 나와보니 학교 운동장에 담장 위로 찰랑거릴 만큼 물이 가득 차 있었다”며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한국일보에 전했다.
김용태 회장은 “학교 측에 연락할 틈도 없었다”며 “급박하게 포크레인을 불러 담장을 부쉈다”고 했다.
이어 “조금만 더 지체했다면 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강구면 전체가 다 잠겼을 것”이라며 “오죽 급했으면 초등학교 담을 부쉈겠느냐”고 말했다.
초등학교 옆에 사는 한 주민은 “매년 여기 물이 차는데 미리 물이 빠질 수 있도록 담장을 만들어놓지 않으니 매년 이곳에 물이 고였다가 주변에 역류한다”고 말했다.
2018년 태풍 콩레이. 2019년 태풍 미탁에 이어 이번 폭우로 또다시 피해를 본 강구면 주민들은 군청의 미흡한 대처에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주민들은 이희진 영덕군수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나타나자 거칠게 항의했다.
한 주민은 “군수한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주민들은 2018년 초 개통한 동해선 철길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오포리 남서쪽 계곡에 있는 화전리 들판 복판 약 10m 높이에 강구역이 들어서면서 철길둑이 생겼다.
산과 산 사이를 잇는 전체 길이 약 340m, 높이 10m에 이르는 둑이 물을 가두는 댐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철길둑은 한 모퉁이에 도로와 하천 부분 30m 길이 구간만 뚫려 있다.
이곳으로 빗물이 집중되면서 마을 길을 타고 지대가 낮은 오포리 일대를 덮쳤다는 것이 주민 주장이다.
주민 박모씨는 “이제는 모든 주민이 나서서 군청에 항의하러 가든지 무슨 수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은 “한 해는 재난일지 몰라도 3년 연속 비 피해가 났다는 것은 군청 대처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