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갑질 재판 또연기… 유족 “반성없어, 끝까지 간다”

입력 2020-07-24 16:42
서울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원 폭행 혐의를 받는 입주민 심모씨. 연합뉴스

전 국민의 공분을 산 이른바 ‘경비원 갑질’ 사건의 첫 재판이 24일 열렸지만, 입주민 심모(48·구속기소)씨의 변호인이 법정에서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8월 중순으로 또 밀렸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허경호 부장판사)는 24일 상해·보복상해·보복폭행·감금·협박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심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당초 지난 3일 열릴 예정이던 첫 공판은 2차례 기일이 변경된 끝에 20일 만인 이날 열렸는데 이마저도 다음 달 21일로 또 한번 미뤄지게 됐다.

변호인은 “(피고인과) 사전에 사임하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시간적 이유로 새로운 변호인을 아직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가 “법원에서 국선변호인 선임을 하겠느냐, 아니면 다른 변호인을 선임하겠느냐”고 묻자 심씨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답했다.

법정 방청석을 지킨 경비원 최모씨의 형은 재판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재판이 오늘 또 연기됐는데, 이렇게 자꾸 연기되는 경우도 드물 것”이라며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인 만큼, 어떤 변호사가 와서 도와준다고 해도 전혀 가해자 측에 도움이 되지는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가 반성문을 제출했다고 하는데, 구치소나 교도소에 있는 이들은 누구나 다 제출하게 돼있는 하나의 통과 절차”라며 “반성문을 볼 필요도 없고, 저는 유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해 끝까지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죄가 미운 것이지, 사람이 미운 것은 아니지 않느냐. 가해자에게는 제가 (사과할) 기회를 엄청 많이 줬고, 지금까지도 주고 있다”며 “그런데 가해자가 아직도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반성하는 기미가 전혀 안 보이고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고 했다.

최씨는 “(가해자가) 아직 제대로 된 사과를 한 적이 없다”며 “유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힘들고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숨진 경비원 최씨가 일하던 이파트 주민들이 최씨를 추모하고 있다. 뉴시스

수사 당시 혐의를 부인한 심씨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7일 두 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이달 22일에는 호소문도 써냈다.

심씨는 상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감금·상해·폭행), 무고, 협박 등 7개 혐의로 지난달 기소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심씨는 지난 4월 21일 경비원 최씨가 아파트 주차장에서 3중 주차돼 있던 자신의 승용차를 손으로 밀어 이동시켰다는 이유로 최씨를 때려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얼굴 부위 표재성 손상 등을 가했다.

이어 같은 달 27일 최씨가 자신의 범행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고 보복할 목적으로 최씨를 경비실 화장실까지 끌고 가 약 12분간 감금한 채 구타했고, 최씨는 이로 인해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비골 골절 등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심씨는 감금·상해 범행 후 최씨에게 “사표를 쓰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괴롭힌다”는 취지로 협박을 했고, 최씨가 관리소장 등에게 ‘입주민으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등 폭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했다며 최씨에 대한 허위 명예훼손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최씨가 말한 내용이 거짓말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거짓말이라며 허위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점에서 무고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5월 3일에는 최씨가 자신을 경찰에 고소했다는 사실을 알고 보복할 목적으로 때렸고, 다음 날 심씨는 ‘나도 폭행 진단서를 발급받았으니 이에 따른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문자메시지 등을 최씨에게 전송하며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심씨의 감금·폭행 및 협박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결국 지난 5월 10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