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에 이어 ‘라임 펀드’ 최대 판매사인 우리은행도 손실 전액을 배상하라는 당국 권고에 대한 수용 여부 판단을 보류했다. 가능한 한 상황을 지켜보며 배상 수준을 낮출 방안을 찾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우리은행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의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전액 배상 권고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 수락 여부 결정을 다음 이사회 일정까지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본건이 소비자 보호와 신뢰 회복 차원에서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에서는 공감했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추가 확인과 좀 더 심도 있는 법률 검토를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금감원은 해당 펀드 판매사가 계약 체결 당시 이미 최대 98%의 원금 손실이 난 상황에서 투자제안서 내용만을 설명해 투자자에게 착오를 일으켰다며 전액 배상을 권고했다.
권고안을 적용받는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액은 모두 우리은행은 이 중 40%로 가장 많은 650억원을 보유한 판매사다. 이어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신영증권 81억원 순이다.
이들 중 가장 먼저 수용 보류 결정을 내린 판매사는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 이사회는 전날 라임 무역금융펀드 전액 배상안에 대한 의결을 보류하고 금감원에 결정 기한 연기를 신청하기로 했다. 상품을 팔았다는 이유로 손실을 전부 배상하면 향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책임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한다.
판매사들은 원칙적으로 라임자산운용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다. 금감원 권고에 따라 미리 배상한 뒤 라임자산운용 등에 구상권을 청구하더라도 배상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도 배상 결정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이다.
판매사들이 서로 눈치를 살피는 상황에서 하나은행의 권고안 수용 보류 이후 우리은행 등 다른 금융사도 같은 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돼왔다. 아직 이사회 일정을 잡지 못한 신한금융투자와 미래에셋대우 역시 결정 시한 연장을 요청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다. 이들은 오는 27일까지 이 권고안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