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었는데 음악 틀었다…KBS에 폭발한 부산 시민들

입력 2020-07-24 16:07 수정 2020-07-24 18:23
비 피해 복구 하는 부산 주민들. 연합뉴스

지난밤 전국에 강한 비가 내리고 특히 부산 지역은 시간당 80㎜가 넘는 폭우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해 4월 강원 산불 발생 당시 재난방송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은 KBS는 이후 TF를 가동하는 등 재난방송 체계를 다듬었지만 1년여 만에 비슷한 논란이 재연된 것이다.

24일 KBS 청원 게시판에는 ‘부산에서는 수신료 받아가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반나절 만에 약 4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 이모씨는 “지금 부산에 비가 와서 거의 모든 도로가 침수되고 건물로 비가 다 들어차는데 뉴스에서 한두 꼭지 하다가 만다”며 “수신료의 가치를 전혀 못 하는데 왜 강제 징수하냐”고 질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KBS가 부산 폭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SNS에는 수도권 중심의 언론 보도 행태를 지적하며 ‘서울공화국’이라는 검색어가 실시간 트렌드로 등장했다.

반면 KBS는 재난방송 대응 단계에 따라 보도했다는 입장이다. KBS 측은 “전날 오전 9시부터 재난방송 1단계에 해당하는 ‘하단 스크롤’ 자막 방송을 실시하기 시작했고 이는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날 밤 10시20분부터는 TV 화면 우측 상단에 각 지역 특보 발효 상황을 전달하는 데이터 자막 방송을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망 속보가 전해지기 시작한 24일 오전 0시30분쯤 전국적인 특보 체제로 곧바로 전환하지 못하고 음악방송 ‘올댓뮤직’을 방송했다는 점에선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밤 9시 KBS 1TV ‘뉴스9’ 톱으로 경남 지역 호우특보를 짚어주긴 했지만 한 꼭지에 그쳤고, 두 번째 꼭지인 ‘내일까지 전국에 장맛비…강원 영동 최고 400mm’ 기사는 부산·경남이 아니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기상 상황을 전하는 뉴스에 가까웠다.

KBS가 재난방송을 아예 안 한 건 아니다. 23일 밤 11시30분 방송하는 KBS 1TV ‘뉴스라인’을 통해 약 20분 동안 부산 침수 상황을 전했고, 지역 방송에선 24일 0시13분쯤부터 23분까지 10분간 2차 특보를 진행했다. 전국 특보는 24일 오전 1시부터 25분간 전파를 탔다.

그러나 재난방송사로서 충분한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부산지역에서 시간당 8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이는 최근 20년 중 역대 5번째로 많은 양인데, 이 정도 수준의 재난 방송으로 잘 대처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번 강풍을 동반한 폭우 영향으로 부산에선 3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 동천 범람 등으로 발생한 이재민은 80명으로 집계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