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관련됐을 가능성이 많다”고 주장했다. 다만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검·언 유착 사건에 윤 총장이 개입됐다고 볼만한 증거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유 이사장 발언 뒤 열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는 검·언 유착에 실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유 이사장은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검·언 유착 사건과 관련해) 윤 총장이 인지 정도를 넘어서서 더 깊이 개입돼 있지 않나 의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히 개연성이 높은 시나리오”라며 “윤 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 구성을 지시한 건 제식구 감싸기가 아니라 자기 감싸기”라고 했다.
유 이사장은 대검찰청이 지난 2월 5일 서울중앙지검의 검사 4명을 서울남부지검에 투입한 것 등을 근거로 이런 주장을 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은 2월 13일 만남을 가졌는데 그 전에도 이미 신라젠 대화를 나눴을 것이라는 게 유 이사장의 추측이다. 유 이사장은 “이번 사건은 검찰이 언론에 외주를 준 사건”이라며 “공룡뼈 가지고 추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 이사장은 윤 총장이 서울남부지검 신라젠 수사팀에 검사를 보강했다는 보도를 근거로 들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시 윤 총장은 서울남부지검에 검사를 파견했지만 해당 검사들은 신라젠이 아닌 라임자산운용 사태 수사 등에 파견됐다. 당시 남부지검도 “파견 검사들은 신라젠 사건에 투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이씨와 한 검사장이 2월 13일 이전 만남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정황이 발견된 것은 아니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 자료로는 이씨와 한 검사장은 2월 13일 부산고검에서 만나 신라젠 대화를 했다. 당시 이씨가 유 이사장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만 한 검사장은 “유 이사장에 관심 없다”고 대답했다. 이씨가 유 이사장에 대한 취재 계획을 얘기하자 한 검사장은 “그런 것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된다”라고 답한다. 덕담을 말한 것 뿐이지 유 이사장과 관련해 공모를 한 대화가 아니라는 게 이씨 등의 주장이다.
유 이사장은 또 “2월 초 기자들이 연락이 엄청 왔다”며 “신라젠 행사에서 신라젠 임원들과 내가 같이 찍힌 사진 같은 검찰 압수수색에서 나왔을 법한 자료들을 근거로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어디에 공개돼서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사진은 전혀 아니냐”고 하자 “그런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유 이사장은 “사진을 검찰에서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거냐”는 질문에 “저는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즉 검찰이 사진을 언론에 흘렸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유 이사장은 어떤 사진을 언론이 제시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유 이사장과 이철 전 밸류인베스스트코리아 대표가 신라젠 행사에서 대화를 나누는 영상 등은 과거 채널A가 다큐멘터리로 방영했고 유튜브에도 공개돼 있다.
유 이사장은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들여다봤을 가능성도 다시 제기했다. 유 이사장은 “사업비 지출계좌를 들여다봤다면 불법사찰”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대검찰청 측은 유 이사장의 주장에 대해 “일선 검찰청 등에서 유 이사장 계좌를 봤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 지역의 한 검찰 간부는 유 이사장이 윤 총장의 검·언 유착 의혹 연루설을 제기한데 대해 “어이없는 주장”이라며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방송에서 제기해도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 이사장이 아침부터 거짓말을 한 모양”이라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여론조작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검찰 수사심의위는 이씨는 기소하고, 한 검사장은 불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심의·의결했다. 이씨가 한 검사장이 공모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