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도 개입” 유시민의 음모론…“근거 부족” 지적

입력 2020-07-25 00:10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의 알릴레오 캡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관련됐을 가능성이 많다”고 주장했다. 다만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검·언 유착 사건에 윤 총장이 개입됐다고 볼만한 증거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유 이사장 발언 뒤 열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는 검·언 유착에 실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유 이사장은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검·언 유착 사건과 관련해) 윤 총장이 인지 정도를 넘어서서 더 깊이 개입돼 있지 않나 의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히 개연성이 높은 시나리오”라며 “윤 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 구성을 지시한 건 제식구 감싸기가 아니라 자기 감싸기”라고 했다.

유 이사장은 대검찰청이 지난 2월 5일 서울중앙지검의 검사 4명을 서울남부지검에 투입한 것 등을 근거로 이런 주장을 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은 2월 13일 만남을 가졌는데 그 전에도 이미 신라젠 대화를 나눴을 것이라는 게 유 이사장의 추측이다. 유 이사장은 “이번 사건은 검찰이 언론에 외주를 준 사건”이라며 “공룡뼈 가지고 추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 이사장은 윤 총장이 서울남부지검 신라젠 수사팀에 검사를 보강했다는 보도를 근거로 들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시 윤 총장은 서울남부지검에 검사를 파견했지만 해당 검사들은 신라젠이 아닌 라임자산운용 사태 수사 등에 파견됐다. 당시 남부지검도 “파견 검사들은 신라젠 사건에 투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이씨와 한 검사장이 2월 13일 이전 만남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정황이 발견된 것은 아니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 자료로는 이씨와 한 검사장은 2월 13일 부산고검에서 만나 신라젠 대화를 했다. 당시 이씨가 유 이사장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만 한 검사장은 “유 이사장에 관심 없다”고 대답했다. 이씨가 유 이사장에 대한 취재 계획을 얘기하자 한 검사장은 “그런 것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된다”라고 답한다. 덕담을 말한 것 뿐이지 유 이사장과 관련해 공모를 한 대화가 아니라는 게 이씨 등의 주장이다.

유 이사장은 또 “2월 초 기자들이 연락이 엄청 왔다”며 “신라젠 행사에서 신라젠 임원들과 내가 같이 찍힌 사진 같은 검찰 압수수색에서 나왔을 법한 자료들을 근거로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어디에 공개돼서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사진은 전혀 아니냐”고 하자 “그런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유 이사장은 “사진을 검찰에서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거냐”는 질문에 “저는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즉 검찰이 사진을 언론에 흘렸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유 이사장은 어떤 사진을 언론이 제시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유 이사장과 이철 전 밸류인베스스트코리아 대표가 신라젠 행사에서 대화를 나누는 영상 등은 과거 채널A가 다큐멘터리로 방영했고 유튜브에도 공개돼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신라젠 행사에 참석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유 이사장은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들여다봤을 가능성도 다시 제기했다. 유 이사장은 “사업비 지출계좌를 들여다봤다면 불법사찰”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대검찰청 측은 유 이사장의 주장에 대해 “일선 검찰청 등에서 유 이사장 계좌를 봤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 지역의 한 검찰 간부는 유 이사장이 윤 총장의 검·언 유착 의혹 연루설을 제기한데 대해 “어이없는 주장”이라며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방송에서 제기해도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 이사장이 아침부터 거짓말을 한 모양”이라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여론조작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검찰 수사심의위는 이씨는 기소하고, 한 검사장은 불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심의·의결했다. 이씨가 한 검사장이 공모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