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지하차도에 경고문구 없었다, 진입 10분 만에 침수”

입력 2020-07-24 14:47 수정 2020-07-24 14:53
소방 구조대가 지하차도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3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초량 제1지하차도 침수 사고 생존자가 24일 “미처 대피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졌다”고 당시의 끔찍했던 기억을 털어놨다. 사고는 차량진입 불과 10여분 만에 벌어졌으며, 진입 시 경고 문구나 주의 안내도 없었다고 한다.

현재 부산 모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A씨는 사고가 발생한 23일 오후 10시30분쯤 다른 차량 6대 정도와 함께 부산역 인근 제1지하차도로 진입했다고 이날 연합뉴스에 밝혔다. 폭우가 쏟아졌지만, 물이 바퀴의 3분의 2정도만 차오른 상태여서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지하차도 입구에 경고 문구도 없었다.

A씨는 “모든 차량이 각자 앞차를 따라 자연스레 진입했고 안내 표지판도 없었기 때문에 걱정할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하차도의 중간쯤 진입했을 때부터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차량이 하나둘씩 멈췄고, 다시 움직이지도 않았다. A씨는 갑작스러웠지만 앞에서 접촉사고가 나 잠시 밀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기다렸다. 그렇게 3~4분쯤 흘렀을 때, 차 양 옆에서 빗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물은 순식간에 차올라 차량 유리창 밑까지 치솟았고, 사람이 있는 차량 내부로도 유입됐다.

곧이어 침수된 몇몇 차량이 둥둥 떠올랐다. 운전자들은 문을 열거나 창문을 깨려는 등 외부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메신저 등으로 가족에게 상황을 알리고 소방에 신고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게 지하차도에 들어선 지 10여분 만에 발생했다.

A씨는 “밖에서 물이 차오르니 압력 때문인지 차 문이 열리지 않아 너무 두려웠다”며 “성인 남자 3명이 간이의자로 창문을 두드려 깨고 나왔을 땐 이미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방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출입구 높이 3.5m인 지하차도에 2.5m까지 물이 들어찬 상황이었다. 차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은 물 위에서 손을 휘저으며 ‘살려달라’고 소리쳤고, 어떤 이들은 차 지붕 위로 대피했다. 차 안에 갇힌 채 나오지 못한 이들은 창문을 계속 부수려고 시도했다.

차량 위에 올라가 겨우 목숨을 건졌던 다른 생존자 B씨도 “간신히 헤엄쳐 차 위로 올라갔을 땐 나머지 승용차가 모두 물에 잠겨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구조되기 직전엔 차량 지붕에 올라섰는데도 허리까지 물이 차오른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한 지 20분 정도 지났을 때 도로 바깥에서 랜턴 불빛이 보이더니 몸에 밧줄을 동여맨 소방대원이 구조장비를 들고 하나둘씩 구조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고로 구조된 사람 중 2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고, 1명은 사고 발생 약 5시간 만에 지하차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나머지 피해자들은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