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영장심사 후 돌연 “유족에게 유감”

입력 2020-07-24 14:07
응급환자를 후송 중이던 구급차를 막아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택시기사 최모씨가 24일 오전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접촉사고를 이유로 응급환자가 탄 구급차를 막아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비난을 받은 택시기사 최모(31)씨가 24일 구속영장 심사를 마치고 나와 유족에게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이날 오전 법원에 출석하며 ‘(당시 구급차에 타 있던 환자가 사망하면)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책임지실 거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답한 바 있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특수폭행(고의사고)·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 택시기사 최씨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낮 12시쯤 심사를 마치고 나온 최씨는 ‘구급차를 왜 막았느냐’ ‘(탑승한 환자가) 응급환자인 걸 몰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앞으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했다.

최씨는 ‘유족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짧게 대답했다. 이어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질 것인지’ ‘고의사고 혐의를 인정하는지’ 등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호송차에 탑승했다.

최씨는 구속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인근 경찰서 유치장에서 심사를 기다릴 예정이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씨는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강동구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인근 도로에서 구급차와 접촉사고가 나자 “사고 처리부터 하라”며 구급차를 10여분간 막아선 혐의를 받는다. 당시 구급차 운전자는 “환자를 이송한 후 해결하자”고 했지만 최씨는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구급차에는 호흡 곤란을 호소하던 79세 폐암 4기 환자가 타고 있었다. 결국 환자는 다른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당일 오후 9시쯤 끝내 숨을 거뒀다.

이후 이 사건은 숨진 환자의 아들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기사를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리며 공분을 샀다. 이 청원은 24일 오전 10시 기준 현재까지 71만 8000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이에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21일 “사안이 중대하고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최씨에 대해 특수폭행(고의사고)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송혜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