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中총영사관 폐쇄시한 임박…中 ‘불응’ 시사, 美는 맹공

입력 2020-07-24 11:50 수정 2020-07-24 17:48
폼페이오, 미·중수교 이끈 닉슨 도서관에서 연설
“中 포용정책 실패, 시진핑은 전체주의 신봉자”
차이웨이 총영사 “정상 업무”
공관 주변엔 이사 트럭 대기
환구시보 “中, 24일 대미 보복 조치 발표”

글로벌 특송업체인 페덱스 직원이 2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중국총영사관에서 상자를 나르고 있다. 미국은 24일 오후 4시까지 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통보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총영사관 폐쇄 시한 하루 전인 23일(현지시간) 중국 비난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총영사관의 스파이 활동을 문제삼는 것을 넘어 중국 체제와 시진핑 국가주석을 직접 거론했다. 중국총영사관 측은 폐쇄 불응 방침을 시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요바린다에 있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기념 도서관에서 '중국 공산당과 자유 세계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닉슨도서관에서 ‘중국 공산당과 자유 세계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총영사관 폐쇄 필요성에 대해선 비교적 짧게 언급했다. 대신 미·중 관계의 근본적 전환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중국을 맹목적으로 포용하는 낡은 패러다임은 실패했다”며 “그것을 계속해서는 안 되고 되돌아가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을 향해 “파산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진정한 신봉자”라고 비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요바린다에 있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기념 도서관에서 '중국 공산당과 자유 세계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우리와 자유주의 국가들이 추구한 정책이 중국의 쇠락한 경제를 부활시켰다”며 “그러나 중국이 한 일은 자국을 도와준 국제사회의 손을 물어뜯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사명”이라며 “미국은 그것을 이끌 완벽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미 CNN방송은 폼페이오 장관의 연설에 대해 “그는 미·중 갈등에 초점을 맞췄고 중국을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관계를 이용해먹는 음흉한 위협으로 묘사했다”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미·중 수교를 이끌어낸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장소에서 대중 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선언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닉슨 전 대통령은 1972년 미 대통령으로는 처음 중국을 방문해 양국 화해의 문을 열었고, 미·중은 1979년 1월 수교했다.

한 남성이 2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중국총영사관 안에서 밴 차량에 짐을 싣고 있다. 미국은 24일 오후 4시까지 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통보했다. AP연합뉴스

이날 휴스턴 총영사관 주변에는 미국의 이사 서비스 업체 트럭이 대기해 있고, 총영사관 직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짐을 옮기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러나 차이웨이 중국총영사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상적으로 업무를 하고 있으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한 일은 매우 합법적이고 법과 정상적인 관행을 따랐다”며 “(본국에서) 추가 통지가 있을 때까지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24일 오후 4시까지 휴스턴 총영사관을 폐쇄할 것을 통보한 상태다.

중국도 보복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환구시보 후시진 총편집인은 24일 트위터에 “내가 알기로는 중국이 오늘 내로 대미 보복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며 “중국 주재 미국 총영사관 1곳이 폐쇄 요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매체들은 홍콩이나 청두, 우한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이 폐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