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본 유시민 평가 “검찰의 외주, 윤석열 개입 의심”

입력 2020-07-24 11:00 수정 2020-07-24 13:18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좌), 윤석열 검찰총장(우). 연합뉴스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게 외주를 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24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녹취록 보면서 한동훈 검사장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됐고,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왜 그랬는지도 훨씬 깊게 이해하게 됐다”며 “‘추측만 했던 여러 일이 실제로 그렇게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구나’라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이 이날 인터뷰에서 추측한 시나리오를 종합하면 사건은 지난해 8월 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젠은 그날 회사가 항암제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 3상 시험 무용성 평가 결과에서 “항암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신라젠 주가는 폭락했다.

당시 투자자들을 대리한 이민석 변호사는 신라젠과 신라젠의 대주주였던 벨류인베스트코리아와의 관계를 지적하며 유 이사장을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뉴스웍스와 인터뷰에서 “이철 전 대표는 정·관계에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는데 이들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며 “지난 2015년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에서 열린 '신라젠 항암제 기술 설명회'에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이철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이씨와 친분이 있는 유 이사장이 뒤를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언론은 유 이사장과 이 전 대표의 관계를 조사했다. 유 이사장은 서울경제TV 등 밸류인베스트코리아와 유 이사장과의 관계를 파헤친 언론사들을 거론하며 “제가 그때 윤 총장과 조국 사태 와중에서 엄청나게 싸우고 있었기 때문에 시비를 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며 “뭔가가 진행될 수 있겠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올해 2월 초 유 이사장을 향한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유 이사장은 이 대목에서 “뭐가 나올 것 같으니까 유시민이 먼저 불기 시작하잖아”라는 한동훈 검사장 녹취록 대화 내용을 언급했다. 유 이사장은 “언론인들에게 이철씨가 대표로 있던 회사 직원들에게 글쓰기를 강의했다든가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열린 임상센터 협약식에 가서 축사한 사실과 이유를 다 얘기했다. 그런데 그걸 분다고 표현을 했더라”라고 했다.

한동훈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올해 1월 10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청사로 보직변경 신고를 위해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유 이사장은 기자들이 질문과 함께 보낸 사진의 출처로 검찰을 의심했다. 유 이사장은 “기자들이 내가 신라젠 임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냈다”며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사진이 아니었다. 검찰이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이어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에게 외주를 줬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그때도 말씀드렸다시피”라는 이 전 기자의 녹취록 내용을 거론하며 “그때는 아마 2월 5일 무렵일 것이다. 그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남부지검 신라젠 수사팀에 검사를 보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에 전부 내 이름이 나왔다”며 “검찰은 이 전 대표를 법적으로 궁지로 몰아넣는 수단을 알고 있었고, 그걸 이 전 기자에게 알려줬다고 본다. 저는 그래서 이 사건은 2월 5일 무렵에 (검찰이 이동재에게) 아웃소싱했다고 본다. 외주를 준 거다”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한 검사장이 자신과 신라젠을 엮은 이유도 추론했다. 유 이사장은 “제가 매주 윤 총장 언행과 검찰의 행태를 지적했기 때문에 ‘관심이 없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오히려 ‘얘 이대로 놔두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노무현재단 계좌도 뒤진 것 같다, 하다 하다 증언으로 엮어보자 해서 이 전 대표를 압박한 것이다”라며 “이분들은 ‘(유시민이) 신라젠 동영상에 나왔어? 양산까지 가서 공짜로 축사를 했단 말이야? 그런 놈이 어딨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윤 총장이 관련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2월 5일 무렵에 모든 행위가 한꺼번에 이뤄졌다. 한 검사장은 윤 총장의 최측근이자 오랜 동지다. 조국 수사를 지휘한 인물이다”라며 “인지 정도를 넘어서서 깊이 개입돼 있지 않나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의 전문수사자문단 구성 지시에 대해서는 “제 식구(한 검사장) 감싸기가 아니라 자기 감싸기다”라고 비판했다.

유 이사장이 언론에 출연해서 생각을 밝힌 건 총선이 끝난 뒤 3개월 만이다. 다만 유 이사장은 인터뷰 말미에 “시사평론 복귀한 건 아니고 일회성으로 나왔다”며 “전혀 복귀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