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알려진 지 2주 만에 ‘피해자’라는 표현을 쓰며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이 메시지는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 아닌 대변인 설명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진상 조사 결과가 나온 뒤 뚜렷한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는 고위 공직자의 성 비위에 단호한 입장”이라며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은 청와대의 원래 입장”이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이어 피해자 측이 전날 ‘적법하고 합리적 절차에 따라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데 대해 “그 내용에 공감한다”며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박 전 시장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3일 청와대는 2차 가해를 중단할 것을 부탁한다면서 ‘피해 호소인’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브리핑 발언에 대해 ‘청와대 공식 입장’이 아니며 ‘대변인의 설명’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진상 규명이 이뤄지고 난 뒤 그 결과로 사실관계가 특정되면 청와대가 보다 뚜렷하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전 시장과 관련해 청와대의 발언은 지난 10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빈소를 방문하면서 전한 게 전부다.
당시 노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께서 박 전 시장과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참 오랜 인연을 쌓아온 분인데 너무 충격적이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인권위의 진상규명 결과가 나온 뒤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치권 안팎에선 문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문 대통령이 박원순의 죽음과 관련해 명확한 태도를 표명해달라”고 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정확한 의견을 내달라”고 촉구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