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끝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내부 추인을 받지 못했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23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노사정 합의안 찬반 여부를 표결한 결과 투표인원 1311명(재적인원 1479명) 중 찬성 499명(38.3%), 반대 805명(61.7%)으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무효는 7명이다.
대의원대회는 조합원 총회 다음으로 위상을 갖는 의결 기구다. 조합원 500명당 1명 선출한 대의원으로 구성되며,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이번 투표 결과는 노사정 합의에 반대한다는 민주노총의 입장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특히 투표율이 88.6%에 달하는 등 참여율이 매우 높았다.
앞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는 지난 4월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추진됐다.
민주노총 참여로 22년 만에 한 자리에 모인 노사정은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40여일간의 논의 끝에 고용유지 노력,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로드맵 수립 등을 담은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지난 1일 협약식을 불과 15분 앞두고 민주노총 내부 강경파가 합의안 내용이 미흡하다며 김 위원장의 참석을 물리적으로 가로막아 노사정 합의 선언은 무산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소수 간부가 모인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합의안 추인을 시도했다. 하지만 다수의 반대로 재차 불발됐고, 김 위원장은 대의원들의 판단을 직접 묻겠다며 이번 대의원대회를 소집했다.
김 위원장 및 찬성 측은 합의안 내용이 다소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의미 있는 전진이며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합의안을 추인하자고 주장했다. 합의안 부결 시 위원장 사퇴도 약속했다.
반면 반대 측은 ’해고 금지’ 조항이 빠진 노사정 합의는 야합이라며 압도적 부결을 통해 폐기하자고 주장했다. 또한 합의 내용이 선언적이고 추상적인데다 자본에 대한 특혜로 가득하다고도 지적했다.
반대 측은 이미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반대한 합의안을 김 위원장의 독단으로 대의원대회에 부쳤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따라 표결 결과는 압도적인 반대였다.
합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민주노총은 후폭풍에 휩싸일 전망이다.
먼저 예고된 대로 김 위원장이 사퇴 수순을 밟으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김 위원장은 24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안 부결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사퇴 수순을 밟는다.
또한 민주노총 내부의 강경파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정파 상층부가 민주노총 위에 군림하고 다수 의견과 물리적 압력, 동원식 줄 세우기에 걸려 사회적 교섭을 끝내는 것은 100만 민주노총 대중 조직을 망치는 길”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