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시연된 ‘정경심 표창장 위조’… “아들·딸 상장 직인 같아”

입력 2020-07-23 19:45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아들의 상장을 스캔한 뒤 직인 부분을 딸 표창장에 오려붙여 위조했다는 공소사실을 입증할 구체적인 근거가 공개됐다. 검찰은 아들 상장과 딸 표창장에 찍힌 총장 직인 파일이 동일하다는 디지털 포렌식 결과를 토대로 표창장 위조 과정을 법정에서 시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23일 열린 정 교수의 공판은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 담당 팀장 이모씨에 대한 검찰 측 증인신문으로 진행됐다. 이씨는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발견된 정 교수의 개인용 컴퓨터 2대를 포렌식해 1000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검찰은 이날 정 교수가 2013년 6월 휴게실에서 발견된 컴퓨터 중 하나로 아들 상장을 활용해 딸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검찰에 따르면 정 교수로 추정되는 컴퓨터 사용자는 2013년 6월 16일 오후 4시20분 표창장 위조를 시작했다. 그는 먼저 아들 상장을 ‘총장님 직인.png’라는 그림파일로 저장한 뒤, 이를 워드 문서에 붙여 넣었다. 그리고는 아들 상장의 총장 직인 부분을 오려내 ‘총장님 직인.jpg’라는 그림파일을 만들었다. 컴퓨터 사용자는 이 그림파일을 다시 한글 프로그램으로 작성해놓은 딸 표창장 문서에 붙인 뒤 ‘PDF로 저장하기’ 기능을 이용해 오후 4시58분 최종 저장했다. 검찰은 이 과정을 실물화상기를 통해 순서대로 설명했다.

검찰은 딸 표창장 최종 파일을 역순으로도 검증했다. 검찰은 딸 표창장의 최종 PDF 파일에서 직인 부분을 클릭하면 별도의 ‘블록’으로 지정된다고 했다. 이 블록 부분이 아들 상장에서 오려낸 ‘총장님 직인’ 그림파일과 모양이 똑같은 데다 이미지 픽셀 크기도 ‘1072×371’로 동일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었다. 딸 표창장 파일의 포렌식 결과 블록으로 지정된 그림파일의 이름이 ‘총장님 직인.jpg’인 사실도 드러났다. 누군가 정 교수의 아들 상장 직인 부분을 스캔해 딸 표창장에 오려붙인 점은 명확히 증명된 셈이다.

재판부는 이날 증인신문이 시작되기 전 아들 상장의 직인 모양은 정사각형인데 딸 표창장 파일의 직인은 직사각형으로 모양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정 교수는 “동양대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직인이 없는 것 아니냐”며 검찰에 날을 세웠다.

그러나 검찰은 “(파일 작성자가) 크기 조정을 하면서 그렇게 된 것”이라며 “크기를 가로로 늘렸을 뿐 픽셀값은 똑같다”고 설명했다. 딸 표창장 직인과 아들 상장 직인을 대조한 포렌식 분석 결과도 검찰 주장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