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의를 밝힌 김영대(57·사법연수원 22기) 서울고검장이 검찰을 떠나며 “검찰의 역할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고, 검찰의 역할과 정신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김 고검장은 23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검사 생활 27년4개월의 여정을 마무리한다”며 사직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진실을 찾는 방법, 사건을 처리하는 방법, 사람을 대하는 방법, 나아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까지 검찰에서 많이 배웠다”며 “가르침을 주고 도와주신 검찰 가족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김 고검장은 “경찰의 수사 자율성은 보장하되 검찰이 언제든 관여할 수 있고 진실이 묻히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검찰이 진실에 접근조차 못하게 한다든가 잘못된 부분을 시정조차 못하게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가 줄어든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고검장은 “사안 규명을 하다보면 어디로 어떻게 번져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사범위를 규정으로 극히 제한함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고 진실을 밝히는 일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뿐”이라며 “검찰 직접 수사를 적절히 허용하되, 운용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목전에 닥친 여러 현안들에 걱정도 많지만, 검찰은 늘 위기시에 지혜를 모으고 역량을 발휘해 잘 극복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기일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진실은 잠시 가릴 수 있지만 영원히 감출 수는 없다’는 말이 있듯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 고검장은 1993년 청주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뒤 대검찰청 정보통신과장,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 법무부 형사사법공통시스템운영단장, 대검 과학수사기획관 등을 거쳤다.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법연수원 1년 선배로, 검찰 내 과학 수사 전문가로 꼽힌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