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3일로 지난 4·15 총선에서 유례없는 압승을 거둔 지 100일을 맞았다. 이른바 ‘슈퍼여당’이 된 민주당은 원내 과반 의석수를 훌쩍 넘어서는 176석을 기반으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지금까지의 무기력한 국회와는 다를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총선 직후부터 지금까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의원 의혹, 고위공직자 다주택자 논란, 부동산정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태까지 계속되면서 집권여당에서는 “송구스럽다”는 말만 이어지고 있다. ‘오만한 집권여당’ 프레임을 피하겠다고 했지만, 악재가 겹치면서 핵심 지지층의 이탈도 발생했다.
특히 민주당으로선 소속 광역지자체장의 연이은 성추문 사건이 뼈아팠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거돈 전 시장이 총선 직후인 지난 4월 성추행 의혹으로 사퇴한 데 이어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던 박원순 전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직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여당은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 비서 A씨를 ‘피해자’가 아닌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하며 대응에서도 국민 눈높이에 못미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닷새가 지난 후에야 “너무 참담하고 국민께 드릴 말씀이 없다”며 사과했지만 여론은 싸늘해질 대로 싸늘해진 뒤였다.
윤미향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을 불투명하게 사용했다는 여러 의혹을 받았으나 윤 의원 본인과 민주당의 대처도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 일가를 둘러싼 주식매입 자금 의혹도 불거졌다. 개별 의원들에게 제기된 여러 의혹에도 당은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라 당정이 내놓았던 부동산 대책은 시장에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젊은 층의 ‘내집 마련’ 꿈을 앗아갔다는 지적이 많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 민주당의 다주택자들은 집없는 서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또 당정이 설익은 공급대책으로 언급했던 그린벨트 해제 여부를 둘러싸고 정부와 당에서 백가쟁명식으로 나왔던 말들도 결과적으로는 국민들에게 혼선만 불러왔다. 또 검찰개혁을 앞세웠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연이은 충돌은 개혁 피로감을 오히려 자극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23일 “부동산 대응 실패, 박 전 시장 사건 등으로 여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흔들리고 있다”며 “여당은 그동안 수를 믿고 권력에 취해 오만해 있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일하는 국회’ 약속 실천을 두고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야는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정쟁을 거듭하다 21대 국회 임기 시작 48일 만인 지난 16일에야 개원식을 열며 역대 ‘최장 지각’ 국회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직을 싹쓸이하며 야당과의 협치가 실종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여당이 원 구성 협상에서 관행을 모두 없애는 등 교만하게 권력을 운용했다. (여당을 둘러싼 논란은) 예측됐던 결과”라고 말했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송구스러웠던 일이 더 많았던 100일이었다. 당은 국민의 큰 꾸짖음을 달게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7월 임시국회, 9월 정기국회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현우 이가현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