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유람선 참사 전한 그 매체, 돌연 편집인 해고…왜?

입력 2020-07-24 00:05
헝가리 인터넷 언론사 Index.hu의 둘 서볼치 편집인이 22일(현지시간) 해고당한 뒤 택시를 타고 떠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6월 12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위에서 시민들이 유람선 참사 한국인 희생자를 추모하며 헌화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한국인 25명이 숨진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참사를 비판적으로 다뤄온 헝가리 독립 매체가 돌연 편집인을 해고했다. 정부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주요 인터넷 언론사의 이례적 결정 이면에는 권위주의 정권의 압박에 자유가 흔들리는 헝가리 언론의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22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헝가리 인터넷 언론사 인덱스(Index.hu) 사측이 둘 서볼치 편집인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인덱스는 헝가리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고, 지난해 5월 일어난 다뉴브강 사고를 꾸준히 보도해 국내 언론들도 자주 인용한 매체이다.

이 매체를 소유한 재단 측 라슬로 보돌러이 이사장은 성명에서 “서볼치 편집인이 내부 긴장을 조율하지 못했으며 이에 따른 혼란으로 광고 수익이 감소했다”고 해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서볼치 편집인은 자신이 낸 성명이 해고의 원인이 됐다고 반박했다.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냈기 때문에 해고한다고 보둘러이 이사장이 직접 설명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11일 오후(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현장에서 바지선에 실려 이동되는 침몰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앞으로 태극기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헝가리 독립매체 Index.hu의 로고. AFP 연합뉴스

앞서 서볼치 편집인은 지난달 21일 매체 웹사이트에 성명을 올리고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실을 자유를 위협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자사의 독립 정도를 알리는 바로미터를 ‘독립’에서 ‘위험’ 수준으로 옮기기도 했다.

서볼치 편집인의 해고 소식이 전해지자 인덱스 직원 90여명은 “편집국의 독립적 업무를 불가능하게 하려는 시도”라며 “우리는 이번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외신들도 헝가리의 언론 자유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AP는 “출판물의 독립성과 저널리즘의 진실성을 더 위태롭게 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AP 연합뉴스

헝가리의 언론 환경은 ‘21세기형 독재자’로 꼽히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2010년 재집권한 이후 큰 변화를 겪어 왔다. 오르반 총리가 3연임 하는 동안 언론들은 정부 선전 기관으로 전환하거나 친정부 인물들이 매체를 사들였다. 인덱스도 지난 3월 친정부 성향 사업가 버시 미클로시가 광고 대행사 지분의 50%를 취득했다.

헝가리는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최근 발표한 세계 언론 자유 조사에서 180개국 중에서 89위를 차지했다. 2013년 조사에서 헝가리는 56위였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