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사업장 방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게 있다. 전고체 배터리다. 그린뉴딜의 핵심인 친환경 전기차와 4차 산업혁명의 중추인 자율주행차 시장 본격 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은 전고체 배터리를 미래 배터리로 선정해 집중 개발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의 4대 소재인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질 중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배터리다. 현재 전기차에 탑재된 리튬이온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데 고체 전해질은 액체 전해질보다 구조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에 화재나 폭발의 위험성이 낮다.
전고체 배터리가 주목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주행거리 때문이다. 기존의 리튬이온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400㎞를 이동할 수 있다. 이와 동일한 부피를 차지하는 전고체 배터리는 800㎞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전고체 배터리는 폭발이나 화재 위험성이 낮은 만큼 안전성 관련 부품을 줄이고 배터리의 용량을 늘리는 활물질을 채운다. 리튬이온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와 공간 활용도가 높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주목받는 자율주행차 활용에도 전고체 배터리가 필요하다. 자율주행차의 핵심은 실시간 정보 교류다. 인근 차량들의 주행 상황, 도로의 흐름 등 끝없는 데이터 전송과 수신이 필요하다. 늘어나는 데이터 교류량만큼 전력 사용량도 증가하기 때문에 대용량 배터리가 필수다. 소프트웨어 기업 투세라에 따르면 자율주행차가 하루 동안 사용하는 데이터량은 11테라바이트(TB)에 달한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는 이르면 2025년에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 될 것으로 전망한다. LG화학은 기존의 리튬이온배터리 양산 공정을 활용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삼성SDI는 지난 2013년부터 모터쇼 등 배터리 관련 행사에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선보였다. 현재는 요소기술 개발단계로 2027년 이후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도 리튬황배터리, 전고체배터리 등을 차세대 배터리로 선정해 연구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초기에는 프리미엄 라인에 우선 탑재하고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면 적용 모델을 늘리는 식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에서는 토요타가 지난 2008년 차세대 배터리 연구소 출범과 함께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언급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미국 퀀텀스케이프와, BMW는 솔리드파워와 협력해 2025~2026년 전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