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매체 “미국이 미쳐 날뛴다”…“청두 미 총영사관 폐쇄로 보복”

입력 2020-07-23 16:49
미국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EPA연합뉴스

중국이 미국의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내 청두의 미국 영사관을 폐쇄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매체는 “미국이 대선 때문에 미쳐 날뛴다”고 거친 표현을 써가며 강력 반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보복 조치로 당초 거론되던 우한 미국 총영사관 대신에 청두의 미 총영사관을 폐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23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광저우, 상하이, 선양, 청두, 우한 등 중국 본토에 5곳과 홍콩·마카오를 관할하는 총영사관을 두고 있다.

청두 미 총영사관은 1985년 문을 열었으며 쓰촨성, 윈난성, 구이저우성, 충칭시 외에 인권 문제로 관심이 집중되는 티베트자치구를 관할하고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청두 영사관은 2012년 왕리쥔 충칭시 전 공안국장이 보시라이 당시 충칭시 당 서기의 위협을 피해 망명을 시도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가 맞대응 조치로 우한 주재 미국 영사관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은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 이미 직원들을 대피시켰기 때문에 우한 총영사관 폐쇄로는 충분치 않아 다른 영사관을 상대로 보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과 이에 따른 미국의 특별지위 박탈로 미·갈등이 심각한 홍콩에서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본토의 미국 영사관 5곳을 놔두고 홍콩의 유일한 미국 영사관을 폐쇄할 경우 홍콩 경제와 금융에 큰 타격이 불가피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카드다.

중국 외교의 원칙이 당한 만큼 똑같이 돌려준다는 것이지만 홍콩 영사관 폐쇄는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후시진은 “홍콩 총영사관을 폐쇄하지 않고,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게만 해도 미국은 매우 아파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글로벌타임스의 중국 네티즌 설문조사에서는 절반 이상이 폐쇄 대상 영사관으로 홍콩 총영사관을 꼽았고, 광저우, 청두가 뒤를 이었다.

주미 중국 대사관은 23일 성명에서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이유로 지식재산권과 개인정보 보호를 내세운 미국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는 견강부회”라며 “미국이 잘못된 결정을 즉각 철회하지 않으면 중국은 반드시 정당하고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사관은 “사실 공관과 외교·영사 인원은 미국 쪽이 훨씬 많다. 미국은 제 발등을 찍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의 조치는 국제법과 중미 영사조약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난폭하고 부당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차이웨이 휴스턴 총영사도 미국 ABC 방송 인터뷰에서 “거짓말은 천번을 하더라도 사실이 되지 못한다”며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데 수작은 그만 집어치워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조치에 대해 중국 주요 매체들이 미국 대선 때문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사평에서 “미국이 선거를 위해 울고불고 난리치는 연기를 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중·미관계의 긴장을 조성하는 게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미쳐 날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가슴을 두드리고 말을 동동 구르면서 중국을 잘 모르는 유권자들에게 ‘중국이 너무 나쁘다’ ‘미국의 코로나19 사태와 각종 문제는 중국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주장해 믿게 한다”며 “대선이 워싱턴을 미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논평에서 “미국의 이번 조치로 양국 무역에 수십억 달러의 타격을 줄 것”이라며 “휴스턴 총영사관은 8개 주의 중·미 무역을 관할하고 있고, 텍사스주의 지난해 대중 수출은 110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올해 3월 기준 208개의 중국 기업이 텍사스에 투자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도 “미국이 졸렬한 핑계로 정치적 보복을 가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앞으로도 이런 공격과 도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화통신은 국제시평을 통해 “중국을 괴롭히고 화웨이 등 중국 첨단 기업을 압박하고 각종 국제기구까지 탈퇴하는 걸 보면 미국은 내정이나 외교 모두 세계 최강 대국으로서 체통을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