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전 열린민주당 의원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보한 성추행 피해자 측을 향해 “어떻게 알았냐”고 말한 것을 두고 2차 가해 논란이 일었다.
손 전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의 아이폰 비번을 피해자가 어떻게 알았을까”라고 적었다. 이 게시물에는 “아직 피해자는 아니고 그냥 고소인” “1차 가해가 뭐였는지 알아야 할 것 아니냐. 그게 궁금하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이 나오자 손 전 의원은 23일 다시 “유족의 피해는 2차 피해가 아닌가”라는 글을 올렸다. 이 게시물에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비밀번호까지 아는 비서가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것” 등 피해자를 비난하는 내용의 댓글이 게시됐다.
피해자 측에서 박 전 시장 휴대전화의 암호를 제보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SNS·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2차 가해성 글이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 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이들은 “비밀번호까지 알고 있는 피해자가 (성추행 정황을) 조작했을 것” 등의 주장을 펼쳤다. 피해자가 박 전 시장과 친밀한 관계였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추측도 확산되고 있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박원순 사건’ 태스크포스(TF)는 22일 “오늘 오후 유족 대리인과 서울시 측의 참여하에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어 디지털포렌식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성추행 의혹 등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휴대전화의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관련 영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사는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를 밝히는 데 국한된 상황이다. 경찰은 우선 휴대전화 분석에 착수한 뒤 추가 영장 신청 여부 등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시장은 생전 업무용 휴대전화 1대와 개인 명의로 개통한 2대를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비밀번호가 해제된 것은 업무용 휴대전화다. 애플에서 2018년 하반기에 출시한 아이폰XS 기종으로, 상대적으로 보안이 뛰어나 비밀번호 해제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피해자 측은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던 경위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23일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