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2027년까지 화웨이의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를 전부 퇴출하기로 한 가운데 프랑스도 사실상 유사한 결정을 내리며 미국이 주도하는 반(反)화웨이 동맹에 동참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프랑스 사이버방첩국(ANSSI)이 화웨이의 5G 장비를 사용하는 통신사에 비교적 짧은 면허 기간을 부여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통신사는 3~8년짜리 면허를 부여받았다. 에릭슨이나 노키아 장비를 사용한 업체에 대부분 8년짜리 면허가 발급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짧은 기간이다. 또 소식통은 통신에 “최근 수개월간 프랑스 당국은 통신사들에 화웨이 장비에 대한 면허가 만료 이후 갱신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비공식적으로 전달해왔다”고 전했다.
통신은 프랑스의 이같은 결정이 사실상 화웨이 사용 금지령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5G와 같은 새로운 모바일 기술로 투자 수익이 발생하는 데에는 최소 8년이 소요되는데,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 그 전에 사업 면허가 만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이론적으로는 운 좋게 8년짜리 면허를 발급받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통신사들은 그런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3년짜리 면허는 화웨이 장비에 대한 단호한 거부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총리실 대변인은 “ANSSI는 법과 규칙 내에서 통신사와 협력을 하고 있다. 현재 발부된 허가증은 향후 이들의 사업 면허 갱신이나 거부에 어떠한 악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프랑스는 그동안 화웨이를 5G 사업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같이 반화웨이 기류가 힘을 얻자 독일에서도 화웨이 퇴출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유라시아 그룹은 지난 15일 “독일의 최대 통신사인 도이체텔레콤은 네트워크망의 90%를 화웨이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최근 몇 달 사이 화웨이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반화웨이 동맹’에 동참한 국가는 영국에 이어 프랑스가 두 번째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14일 “영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를 지키기 위해 향후 화웨이 장비 구매를 전면 금지하고 기설치된 장비는 제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웨이 측은 프랑스의 움직임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중국 당국이 앞서 영국의 화웨이 퇴출을 ‘고도의 정치적 셈법’으로 규정하며 보복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프랑스를 대상으로도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각국에서 화웨이 퇴출이 시작되며 안보 우려가 있는 중국 기술을 배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전망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