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오보 ‘제3의 인물’ 밝혀라” KBS직원 105명 분노의 성명

입력 2020-07-23 15:49
KBS 사옥 모습. 연합뉴스

KBS 직원들이 ‘검언유착’ 의혹 오보 사태와 관련해 취재자료를 조작하는 등 오보의 원인을 제공한 제3의 인물이 있다고 주장하며 회사 측에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23일 오전 ‘검언유착 오보방송 진상규명을 위한 연대 서명’에 참여한 직원 105명은 “제3의 인물로부터의 청부 여론조작에 KBS가 이용당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다”면서 진상조사를 실시해 해당 인물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는 지난 18일 ‘뉴스9’에서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녹취록을 보도했다. 그 뒤 이 전 기자 측은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고 KBS는 하루 만에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직원들은 “이번 리포트가 방송되는 과정에서 녹취록의 내용을 왜곡해 전해주고 리포트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역할을 한 외부 인물”이 존재한다면서 “KBS 취재진이 아닌 제3의 인물들끼리 나눈 대화 녹취록을 넘겨받아 기사를 작성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직원들은 녹취록을 봤다는 제3 인물의 증언 중 수상한 부분들이 있다고 조목조목 인용했다.

구체적으로는 ‘총선을 앞두고 보도 시점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는 문제의 리포트 문장이 “이번 총선에서 어찌 됐든 야당이 승리하면 총장한테 힘 실리고 현 정부는 레임덕이 오고 이런 구도를 짜고 간 거야”라는 제3의 인물의 발언을 근거로 작성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또한 “언론 권력과 검찰 권력이 짜고 일반 민심을 한쪽으로 오도시켜서 판세를 뒤집으려 한 거거든. 일반 강요미수가 아닌 거지”라는 말을 근거로 ‘법원이 이 사건을 단순 강요미수가 아니라고 본 이유입니다’라는 문장을 작성한 사실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직원들은 해당 기사가 KBS 보도정보시스템에서 삭제된 점에 대해서 “전례를 찾기 힘들다”고 지적한 뒤 “그 기사 안에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디지털 흔적 또는 감춰야 할 디지털 증거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18일자 리포트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은 이후 삭제됐다. KBS 캡처

이들은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사건의 전말과 증거도 확보했다”면서 “양승동 사장 및 보도본부 수뇌부가 진실을 은폐하려고 할 경우 디지털 흔적과 증거는 바로 외부에 공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BS 직원들은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KBS 보도책임자 가운데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는 그 누군가는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높다”며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사회주간, 사회부장 등을 직무 정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언유착 오보방송 진상규명을 위한 KBS인 연대서명서


KBS는 〈청부보도〉〈여론조작〉 브로커에 놀아났나? 양승동 사장은 즉각 진상조사하라!

문제의 2020년 7월 18일 토요일.
그 날 KBS보도본부 사회부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7월 18일 방송된 문제의 기사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 이유는?
〈유시민 총선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

이정은 사회부 기자가 최초 작성하고 이승철 사회부 법조팀장이 승인한 기사다. KBS보도정보 시스템에서 현재 볼 수 없다. 7월 18일 이정은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검색하면 위 리포트 기사는 사라지고 없다.

보도정보에서 특정 리포트 관련 정보를 통째로 삭제한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 누가 이런 짓을 시켰나? 그 기사 안에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디지털 흔적〉 또는 〈감춰야할 디지털 증거〉가 혹시 있었나?

KBS 기자들이 접속 권한을 부여받는 KBS보도정보 시스템은 기자들에게 열린 공간이다. 우리는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7월 18일 사회부에서 벌어졌다는 사건의 전말을 확인했다. 증거도 확보했다.

우리는 지금 바로 그동안 입수한 증거물을 공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무상 취득한 사내 영업 비밀〉일 수도 있는 민감한 정보를 개인이 공개할 경우 사규 상 부적절할 수도 있다는 법률적 자문검토를 수용했다. 이는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려는 양심적인 노동조합과 외부 공익단체의 몫으로 남겨둔다.

이와 함께 양승동 사장과 김종명 보도본부장, 엄경철 국장 등 보도본부 수뇌부가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드린다.

여러분이 진실을 은폐하려고 든다면 여러분이 지워야만 하는 부끄러운 〈디지털 흔적과 증거〉는 바로 외부에 공개될 수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김종명 보도본부장, 엄경철 국장, 이영섭 주간, 정홍규 부장, 이승철 법조팀장에게 마지막으로 묻는다

이번 리포트가 방송되는 과정에서 녹취록의 내용을 왜곡해 전해주고 리포트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역할을 한 〈외부 인물〉이 있었나?

있다면 누구인가? 정치권 인사인가, 검찰 인사인가, 아니면 정치 브로커인가? 아니면 KBS 취재진이 아닌 제3의 인물들끼리 나눈 〈대화녹취록〉을 넘겨받아 기사를 작성했나? 어떤 경우든 실체를 밝혀라.

더 구체적으로 묻겠다.

➀ KBS 보도책임자들은 기사 데스킹 과정에서 녹취록을 봤다는 제3의 인물이〈이번 총선에서 어찌됐든 야당이 승리하면 총장한테 힘 실리고 현 정부는 레임덕이 오고 이런 구도를 짜고 간거야〉라고 한 말을 근거로〈총선을 앞두고 보도시점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확인 됐다〉는 리포트 문장을 문장을 작성한 사실이 있는가?

➁ KBS 보도책임자들은 기사 데스킹 과정에서 녹취록을 봤다는 제3의 인물이 〈언론권력과 검찰권력이 짜고 일반 민심을 한쪽으로 오도시켜서 판세를 뒤집으려 한 거거든 일반 강요미수가 아닌 거지〉라고 한 말을 근거로〈법원이 이 사건을 단순 강요미수가 아니라고 본 이윱니다〉는 KBS 보도기사 문장을 작성한 사실이 있는가?

➂ KBS 보도책임자들은 기사 데스킹 과정에서 녹취록을 봤다는 제3의 인물이 〈그런 뉘앙스는 있지만 워딩이 정확이 기억이 나지는 않지〉라고 한 말을 근거로 〈KBS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라는 문장을 작성한 사실이 있는가?

➃ 그 제3의 인물은 누구인가? 실명과 실체를 밝혀라!

양승동 사장과 김종명 보도본부장 엄경철 국장에게 요구한다

제3의 인물이 누구인지 밝혀라! KBS 뉴스제작 과정의 배후에서 어른거리며 여론조작 및 뉴스 청부공작을 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는 제3의 인물이 누구인지 국민들에게 밝혀라! 즉각 진상조사에 돌입하라! 당초 KBS 보도본부 수뇌부는〈KBS뉴스9〉를 통해 〈오보방송〉 임을 밝혔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은 그것이 아님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제3의 인물로부터의 〈청부 여론조작〉에 KBS가 이용당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다. 즉각 진상조사를 실시하라! 이번 보도와 관련된 보도 책임자들을 전원 직무 배제하라! (엄경철 국장, 이영섭 사회주간, 정홍규 사회부장, 이승철 법조팀장) 작성했던 기사도 슬그머니 사라지게 만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KBS 보도책임자 가운데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는 그 누군가는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흔적을 삭제하기 위해 KBS 뉴스기록을 삭제 조작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즉각 전원 직무 배제하라!

만일 양승동 사장이 이 같은 우리의 요구사항을 즉각 이행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아래와 같이 행동할 것이다.

➀ KBS내의 양심적인 노동조합 등은 물론 외부 시민단체들과 연대조직을 구성한다. ➁ 이 연대조직을 통해 우리는 청와대, 국회, 방통위, 감사원, 검찰, 경찰 등 모든 기관의 개입의혹을 비롯하여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낱낱이 규명해 나갈 것이다. ➂ KBS는 국민의 방송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사다. 국민들에게 여론조작과 청부 여론조작 공작이란 음습한 세력이 발호하고 있는지를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국민들과 함께 갈 것이다. 양승동 사장이 이를 끝내 거부한다면 〈부끄러운 디지털 흔적과 증거〉는 모든 국민들에게 공개될 것이다. 그 때부터 우리는 국민들과 함께 〈양승동 사장퇴진 운동〉도 불사할 것임을 밝힌다.

2020년 7월23일
〈KBS뉴스9〉 검언유착 오보방송 진상규명을 위한 KBS인 연대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