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서 노벨상 나와야”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 676억 기부

입력 2020-07-23 15:29
23일 오후 KAIST 대전본원에서 진행된 기부약정식에서 이수영(오른쪽) 광원산업 회장과 신성철 KAIST 총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AIST 제공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반드시 나와야 합니다”

무려 676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KAIST를 위해 사용하기로 한 이수영(83) 광원산업 회장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어 기쁘다며 이 같이 말했다.

KAIST는 23일 오후 2시 대전 본원 학술문화관 스카이라운지에서 이 회장의 기부 약정식을 개최했다.

이 회장의 기부는 이번에 세 번째다. 그는 지난 2012년 약 80억원의 미국 부동산을, 2016년 또 한 차례 10억원 상당의 미국 부동산을 KAIST에 유증했다. 총 기부액은 766억원에 달한다. KAIST 개교 이래 역대 최고액이다.

2012년 첫 기부를 시작으로 KAIST와 인연을 맺은 이 회장은 이듬해인 2013년부터 지금까지 KAIST 발전재단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이 회장은 “가까운 자리에서 지켜본 결과 KAIST는 우리나라 발전은 물론 인류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최고의 대학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

그는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석·박사 연구인력의 25%가 KAIST 출신”이라며 “국내 GDP의 16.4%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세계적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KAIST 덕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만사는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난다. KAIST는 사명감을 갖고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영재를 키워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이름을 세계에 드높이는 일에 이 기부가 뜻깊게 활용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KAIST는 이 회장의 기부를 바탕으로 ‘이수영 과학교육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재단의 수익금은 향후 ‘KAIST 싱귤래러티(Singularity) 교수’ 지원을 통한 노벨상 연구 기금으로 사용된다.

KAIST 싱귤래러티 교수 제도는 과학 지식의 패러다임을 바꾸거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교수, 인류 난제를 해결하고 독창적인 과학 지식·이론을 정립할 수 있는 교수를 지원하는 제도다.

싱귤래러티 교수에 선정되면 10년의 임용기간 동안 연구비를 지원받고 논문·특허 중심의 연차 실적 평가가 유예된다. 임용기간 종료 시 연구 진행 과정 및 특이점 기술 역량 확보 등의 평가에 따라 지원 기간을 10년까지 추가 연장할 수 있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피땀으로 일궈낸 재산을 아낌없이 내놓은 이 회장님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KAIST의 역할과 임무에 대한 사명감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이 회장님의 뜻을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했다.

KAIST는 이 회장을 포함해 대한민국 1호 한의학박사인 고(故) 류근철 박사(578억원),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515억원), 김병호 전 서전농업 회장(350억원), 고 김영한 여사(340억원) 등이 고액의 발전기금을 기탁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