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기도 부탁했지만…SNS 떠돈 ‘박원순 고소장’ 전말

입력 2020-07-23 14:48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낸 것이라며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온라인상에서 퍼졌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고소장 문건’이 피해자 A씨 어머니와 친분이 있는 교회 목사에 의해 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A씨 측은 피해자의 신상이 특정될 수 있는 고소장 문건을 무단으로 외부에 유출한 혐의로 해당 교회 목사 등 2명을 지난 13일 경찰에 고소했다.

교회 목사가 유출한 것으로 알려진 해당 문건은 A씨 측이 고소 직전 작성했던 1차 진술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A씨는 김재련 변호사를 찾아가 법률상담을 받으면서 소장에 적시할 내용을 정리해 해당 진술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어머니는 평소 친분이 있던 목사에게 “우리 딸이 이런 힘든 일을 당한 상황이니 기도를 부탁한다”며 문건을 줬고 목사는 이 문건을 다시 또 다른 교회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이후 이 진술서는 지난 9일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당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직후 SNS에서 ‘고소장’으로 와전돼 퍼졌다. 해당 문건에는 A씨의 주변인이 그를 특정할 수 있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A씨 측은 유출된 진술서의 오타를 단서로 유출자를 특정했다. A씨의 어머니가 목사에게 건넨 1차 진술서에는 A씨의 시장 비서실 근무 기간이 실제와 다르게 기재되었는데, SNS에 떠도는 문건도 똑같이 잘못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는 2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해당 문건에 대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라고 알고 있다”고 일축한 바 있다. A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도 22일 진행한 2차 기자회견에서 “고소인이 작성한 1차 진술서 유출 경위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송혜수 객원기자